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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휘기픈나모

코닥의 비극

by 강창석 on Jan 0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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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602299736_20120109.jpg 디지털 쓰나미에 맞서 보려던 아날로그 기술의 숙명인가, 엄청난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전략의 실패인가?

 

1881년 창업 이래 현대의 영상시대를 열어온, 필름과 사진기술의 대표기업 코닥이 파산의 갈림길에 섰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6일 20세기에 지금의 애플, 구글과 같은 최첨단 기술기업으로 통하던 코닥이 몇주 안에 파산 보호신청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직원은 1만9000명이다. 적자는 2009년 4억4200만달러에서 2010년 6억8700만달러로 늘어나고, 지난해 3분기에만 2억2200만달러를 기록했을 정도다. 미국 필름시장의 90%를 석권하며 한때 90달러를 넘던 주가는 지난해 80%가 추락하며 최근 47센트를 기록해 상장 폐지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넘쳐나게 됐지만 필름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140년 역사의 독일 아그파필름은 2005년 파산했고, 일본 후지필름은 카메라, 프린터, 제약, 화장품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변신을 통해 생존을 시도하고 있다. 필름시장 1위였던 코닥의 붕괴는 디지털화에 따른 불가피한 운명이었을까?

 

사진과 필름의 미래를 코닥만 몰랐던 것일까? 코닥은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혁신기업의 딜레마>에서 제시한 ‘파괴적 기술’에 무너진 전형적 사례로 보인다. 파괴적 기술은 출시 초기에 완성도가 낮고 고객층이 불안한 특성이 있어 높은 품질과 수익성을 추구하는 선도기업들이 채택을 꺼리지만, 결국 기존 기술을 대체해 시장 구조를 뒤엎어버리는 특성을 갖고 있다. 플라스틱 음반이 콤팩트디스크(CD)로, 다시 디지털파일로 대체된 것처럼 필름도 디지털화에 무너졌다.

 

하지만 코닥은 누구보다 앞서 사진산업의 미래를 예견하고 준비해왔다. 코닥은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했으며, 1981년의 사내 보고서는 디지털카메라의 위협도 정확히 분석했다. 디지털이미지 처리 핵심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일찌감치 디지털카메라를 만들어 팔았다. 2003년부터는 더는 필름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디지털화에 주력했다. 하지만 코닥은 이런 기술력을 살리는 대신 최근 1100여개의 보유 특허 매각으로 생존을 도모하는 지경이 됐다.

 

서기만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닥은 파괴적 혁신에 따른 기술의 실패라기보다 사업에 실패한 것”이라며 “코닥은 특허 등 디카 기술을 많이 갖고 있지만 이를 사업화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파괴적 기술이 닥칠 것을 모른 게 아니라 “뻔히 알면서 당한 것”이라는 말이다. 서 연구위원은 “안정된 수익 구조를 지닌 기업에서 신사업 부문의 책임자는 권한이 없고 직급이 낮은 사람이 맡기 때문에 기존의 주력산업을 엎어버릴 권한이 없다”며 “사업을 망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조직과 리더십의 문제라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주력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은 파괴적 기술을 알면서도 과소평가하는 성향이 있다. 지엠(GM) 같은 자동차업체들이 선구적으로 전기자동차를 개발해놓고도 대중화에 뛰어들지 않는 것 역시 기존 시장과 수익성 때문이다. 이동통신사들이 스마트폰시대 문자메시지의 미래를 알고 있고 충분한 개발 역량이 있지만, 카카오톡 같은 소규모 벤처기업에 시장을 내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미래의 변화를 알고 기술을 갖고 있지만 당장의 수익모델이 잘 작동하기 때문에 위기에 처하는 기업은 부지기수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서버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소프트웨어 업체로의 전환을 게을리하다가 사라졌고, 최근엔 리서치인모션(RIM)과 야후가 같은 처지로 몰리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삼성전자 등의 성공은 처음부터 디지털화에 대비한 새로운 사업모델에 기반한 것이거나 빠른 추격 전략에 의한 것이다. 서 연구위원은 “기존 사업구조를 파괴적으로 혁신해 새로운 성공을 일궈낸 기업은 아이비엠(IBM)과 애플이 손꼽힌다”며 “두 기업 모두 루이스 거스트너와 스티브 잡스라는 탁월한 리더십 덕분에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2005년부터 코닥의 최고경영자를 맡아온 안토니오 페레스는 반대의 평가를 받고 있다. 혁신적 변신 대신 프린터 시장 진출, 특허소송들을 벌이며 코닥의 자산을 고갈시켰다. 페레스는 “목표 실적에 미달했다”며 지난해 연봉을 2009년의 50%만 받아갔다. 2007년 이래 내리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1000만달러가 넘던 페레스의 연봉은 지난해 570만달러로 줄어, ‘600만달러의 사나이’란 별칭을 얻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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