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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봉천자문(石峯千字文)

by 강창석 on Jan 1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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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찬(간행) 1583
千字文초간본.jpg《석봉천자문(石峯千字文)》은 선조(宣祖)의 명으로 당대의 명필 석봉(石峯) 한호(韓濩)가 글씨를 써 1583년(선조 16)에 중앙에서 간행한 《천자문》으로 끝에 ‘萬曆十一年正月副司果臣韓濩奉 敎書)’라는 간기가 있다. 《천자문》은 천지현황(天地玄黃), 즉 혼돈에서 하늘과 땅이 갈리는 것으로 시작해 언재호야(焉哉乎也)라는 허사로 끝나는 사자성구 2백 50구, 한자 1000 자로 되어 있는데 원래 6세기에 중국의 양(梁)나라 주흥사(周興嗣)가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백제 때 처음 전해진 것으로 추정되나 우리나라 기록상으로는 고려 충목왕(1344-1348)이 《천자문》을 배웠다고 하는 것이 가장 오래되었다.

조선조에 들어서 훈민정음이 창제된 뒤에는 이 책에 ‘天 하 텬’과 같이 새김과 독음을 달아 읽게 되었고 이 석음(釋音)을 단 책이 간행되어 한자 입문서로 널리 이용되었는데 한자의 자형, 독음 및 의미를 알게 할 뿐만 아니라 교양으로서 갖추어야 할 중국의 고사를 배우고 글씨를 익히는 교본의 역할도 담당하였다. 그래서 안평대군, 박팽년, 이황, 김인후, 신위, 조윤형 등 당대의 명필이자 저명한 도학자들이 자신의 서체로 《천자문》을 써서 남겼는데 이 중 석봉 한호가 쓴 《석봉천자문》이 국내에 현전하는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책이다. 이 책의 원간본은 영주의 박찬성(朴贊成)씨가 소장하고 있는데 ‘萬曆11年(1583) 7月日 內賜 司諫院 大司諫 朴承任···’라는 내사기가 있는 내사본(內賜本)이다.

이 《석봉천자문》은 이후 간행된 많은 《千字文》들의 저본이 되어 여러 종류의 중간본이 전한다. 임진왜란 전후의 간본으로 일본의 내각문고에 두 종류의 책이 전한다. 이 중 한 책(통칭 乙本)은 내사기가 있는 1583년본의 복각본이고, 다른 한 책(통칭 甲本)은 비슷한 시기 다른 간본의 복각본으로 판단된다. 이들 책에 나타나는 언어 사실은 서로 신형과 구형을 겸하고 있는데 ‘갑본’은 내사기가 있는 원간본에 수정을 가한 성격을 보인다. 1583년 내사기가 있는 원간본은 둘째 음절 첫소리의 ‘ㄹ’이 ‘ㄴ’으로 표기되는 예들이 보인다(예: 云 니 운/謂 니 위/早 이 조, 廉 청념 념). 그런데 이 내각문고의 ‘갑본’에서는 이들 ‘ㄴ’이 모두 ‘ㄹ’로 나타나고 있다. 일관된 양상을 보이는 것을 볼 때 이는 오각이 아닌 교정으로 보이며 원간본의 ‘治 다리 티’가 이 복간본에는 ‘治 다릴 티’로 ‘理 다릴 리’와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천자문21.jpg
이 외에도 김동욱 구장본인 1601년(선조 34)판(신축 중간본), 한국학중앙연구원, 일본 궁내청 서릉부, 내각문고 등에 소장되어 있는 1650년(효종 1)판(경인 중보본), 고려대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1691년(숙종 17)판(신미 중간본), 서울대 규장각 등 여러 곳에 소장되어 있는 1814년(순조 14)판](갑술 중간본) 등 여러 중간본과 이들의 복각본, 기타 방각본(坊刻本)이 다수 현전하고 있다. 그리고 1752년 홍성원(洪聖源)이 편찬한 ≪주해천자문≫ 역시 근대국어적인 모습을 많이 담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석봉천자문》과 일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석봉천자문》을 근간으로 편찬한 책임을 알 수 있다.

이 중 중간본으로 가장 널리 유포된 책은 ‘갑술중간(甲戌重刊)’의 간기를 가진 것으로 일제시대까지 책판(冊板)이 남아 있어 1938년에 경성제국대학에서 印出된 바도 있다. 이 ‘甲戌年’은 1754년(英祖 30) 또는 1814년(純祖 14)으로 추정될 수 있으나 간기의 ‘甲戌 重刊’은 매목(埋木)된 것으로 후자의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권두에는 1691年(肅宗 17)의 ‘御製千字文序’가 있으며, 부분적으로 ‘據 루를 거, 釣 랏 됴’와 같이 새김에 있어 부분적으로 어두의 ‘ㄴ’이 ‘ㄹ’로 나타나는 표기는 그대로 묵수되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원간본과는 달리 16세기 이후의 음운현상인 원순모음화 등이 표기에 반영되어 있고(예: 靑 푸를 쳥, 臎 푸를 취) ‘ㆁ’과 ‘ㅇ’이 매우 혼란된 양상을 보인다.

《석봉천자문》과 비견되는 다른 계열로 《광주판 천자문》이 있다. 일본에 현전하는 《광주판 천자문》은 1575년(선조 8)에 간행되었는데 《석봉천자문》과 여러 가지 차이를 보인다. 《석봉천자문》의 ‘女慕貞烈’(7b)로 된 구절의 ‘烈’자가 《광주판 천자문》에서는 ‘潔’로 나타나는 본문상의 큰 차이가 있고, 《석봉천자문》은 거성과 상성에 대하여 각각 한자의 왼쪽과 오른쪽에 권점(圈點)을 쳐서 구분하였는데 《광주판 천자문》은 이러한 성조 구분 표시가 없다. 그리고 《석봉천자문》에는 ‘ㅿ’이 전혀 보이지 않는 반면 종성 ‘ㆁ’은 정확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는 ‘ㅿ’이 보이고 ‘ㆁ’이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광주판 천자문》과 다른 점이다.

≪석봉천자문≫은 여러 이본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책으로 한자교육의 기본서, 한문 글씨의 교본으로서도 가치가 있지만 수록된 한자음과 새김은 국어사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된다. 특히 원간본과 여러 중간본 및 《주해천자문》 등을 비교해 보면, 새김이 역사적으로 개신(改新)되어온 경로를 더듬어 볼 수 있다. 이 여러 책들에 한자음의 차이가 나타나는 점도 특히 주목된다. 《석봉천자문》은 《광주판 천자문》과 함께 단국대학교 동양한연구소에서 《동양학총서(東洋學叢書)》제3집으로 영인하였는데 《석봉천자문》은 1982년에 《서지학》7호에도 영인된 바 있다. (이병기)

참고문헌
南廣祐(1958), 石峰千字文, 文耕(中央大) 5.
安美璟(1998), 朝鮮時代 千字文 刊印本 硏究, 성균관대학교 박사학위논문.
安秉禧(1974), 內閣文庫 所藏 石峰千字文에 대하여, 書誌學 6. [국어사자료연구(1992) 재수록]
安秉禧(1982), 천자문의 계통, 정신문화 12,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국어사자료연구(1992) 재수록]
李基文(1972), 石峰千字文에 대하여, 국어국문학 55·56·57.
이기문·손희하(1995), 千字文 資料集, 박이정.
趙炳舜(1982), 原本 石峰千字文에 대하여, 書誌學 7.
藤本幸夫(1980), 朝鮮版‘千字文’の系統 其一, 朝鮮學報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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