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하고 재미있는 읽을거리 이어령 선생의 디지로그 칼럼과 한국인이야기 그리고 다른 분들의 칼럼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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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길에서부터 시작되는 한국인 삶
필자이어령원제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17> 달래 마늘의 향기 ①“병아리 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 알에서 깨어난 병아리들은 어미 닭을 좇아서 바깥세상으로 나간다. 우리도 그랬다. 한국인의 삶은 노란 햇병아리들처럼 어머니의 손을 잡고 처음 바깥세상과 만난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는 ‘나들이’라고 불렀다. 이 말 역시 나가고 들어오는 반대어가 하나로 융합된, 한국 아니면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신비한 토박이 말이다....Date2009.05.18 Category한국인이야기 Views5273 -
배꼽을 달고 날아가는 방법
필자이어령원제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16> 세 살 때 버릇 여든까지 ⑤오늘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널리 퍼진 유머 하나가 있다. 경제난으로 일가족이 고층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기도했다. 그런데 한 사람도 떨어져 죽은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아버지는 기러기 아빠였고, 어머니는 바람난 주부에, 딸은 날라리였다. 거기에 큰아들은 제비족이고, 둘째 아들은 비행소년, 막내는 덜 떨어진 아이였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Date2009.05.18 Category한국인이야기 Views5583 -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15> 너희들이 물불을 아느냐
필자이어령원제이비인후(耳鼻咽喉)과 병원에 가서 “이가 아파서 왔는데요”라고 말해 보라. 간호사는 틀림없이 “여기 치과 아녜요”라고 할 것이다. 간판에는 귀를 이(耳)라고 써놓았는데 말이다. 역시 안과(眼科)에 가서 “안(眼)이 거북해서 왔다”고 하면 내과로 가라고 할 것이고 “목(目)이 아파서 왔다”고 하면 인후과로 가라고 할 것이다. 그동안 한자말을 그렇게 많이 써왔는데도...Date2009.05.13 Category한국인이야기 Views6357 -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14> 유아 언어 속에 담긴 힘
필자이어령원제“전쟁 후 끼니를 거르며 살던 때였지요. 하루는 아이가 ‘환한 밥! 환한 밥!’ 하면서 우는 거예요. 제 처에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쌀밥이 먹고 싶다는 거래요. 아직 말을 잘 몰라서 꽁보리밥을 깜깜한 밥, 흰 쌀밥을 환한 밥이라고 했던 거죠.” 그러고는 안경을 벗어 눈물을 닦더니 그 기업인은 말을 이었다. “아이가 병으로 죽고 난 뒤늦게서야 형편이 피기 시작...Date2009.05.13 Category한국인이야기 Views6341 -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13> 모든 것은 셋으로부터 시작된다
필자이어령원제어렸을 때 읽은 르나르의 『박물지』생각이 난다. 그중에서도 “3333333---개미의 무한한 행렬”이라는 글이 기억에 생생하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잘 몰랐지만 3을 왼쪽으로 눕혀 놓고 보면 허리가 잘록한 영락없는 개미다. 시대가 변해서인지 요즘 아이들은 3자를 오른쪽 방향으로 돌려서 본다. 그래서 1자는 깃대고 2는 물 위에 떠있는 우아한 백조인데 3만은 발가...Date2009.05.10 Category한국인이야기 Views5619 -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12> 공자님만 알았던 세 살의 의미
필자이어령원제“우리 아기 몇 살?” 엄마가 물으면 아기는 어렵게 세 손가락을 펴 보이면서 “세~살”이라고 말한다. 그냥 재롱으로 보이지만 실은 한국인이 되는 첫 관문의 시험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한국의 속담을 봐도 세 살은 인생의 시작이다. 그런데 왜 그것이 하필 세 살인가? 그 비밀은 공자님만이 아신다. 『논어』 양화편에는 공자님이 제자인 재아(宰我)로부...Date2009.05.06 Category한국인이야기 Views5534 -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11> 돌잡이는 꿈잡이
필자이어령원제오랜만에 돌잔치에 초대를 받았다. 색동옷과 복건을 쓴 돌잡이를 보면서 처음으로 거기 의젓하게 앉아 있는 한국인의 모습을 보았다. 눈물이 흔해진 나이라 그런지 경사스러운 날에 하마터면 눈물을 보일 뻔했다. 색 바랜 사진 한 장. 그나마 전쟁으로 불타버린 내 돌 사진이 생각나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모든 것이 변했는데 장례식에 가도 곡소리를 들을 수 없고 ...Date2009.05.03 Category한국인이야기 Views6966 -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10> 어머니 어깨너머로 본 세상
필자이어령원제일본의 한 소아보건학자는 아이를 업어 기르는 것은 일본과 미국의 인디언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일본 특유의 스킨십을 자랑하면서 아이들을 떼놓고 기르는 서양문화와의 차이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아이를 업는 데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운 한국인들이 바로 이웃에 살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일본은 아이를 ‘온부히모’라고 부르는 띠로 ‘매고’ ...Date2009.05.03 Category한국인이야기 Views5690 -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9> 따로 서는 아이와 보행기 위의 아이
필자이어령원제콩나물 시루가 된 만원 엘리베이터 속에서 이따금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만약 인간이 다른 짐승들처럼 네 발로 돌아다닌다면 지금 이 엘리베이터는 어떻게 되었을까. 컨테이너처럼 길게 눕혀져 있는 모양을 하고 있었겠지. 사람들은 양 떼 모양처럼 아주 거북하고 민망한 자세로 늘어서 있었을 것이다. 웃음이 나오다가도 아찔한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인간의 직립 ...Date2009.04.30 Category한국인이야기 Views5530 -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8> 기저귀로부터 오는 문화유전자
필자이어령원제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갓난아이들은 용케 어머니의 젖꼭지를 찾아 빤다. 시각이 아니라 후각을 통해서다. 설마라고 하겠지만 우리는 이미 배 안에서부터 어머니 냄새를 맡아 왔다는 이야기다. 배 안에서도 어머니의 말을 익힌다는 말, 그리고 모차르트의 음악에는 편안한 표정을 짓고 베토벤의 시끄러운 음악에는 얼굴을 찡그린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지만 냄새까지 ...Date2009.04.28 Category한국인이야기 Views6468 -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7> 돌상 앞의 한국인 ①
필자이어령원제인터넷 블로거 뉴스에 아사다 마오는 그 사주(四柱) 때문에 김연아를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두 선수는 모두 경오(庚午)년 백말띠이고 달수는 갑신(甲申)과 을유(乙酉)이다. 태어난 날은 계유(癸酉)와 계사(癸巳)인데 20일의 차이가 있지만 모두 계(癸)의 일간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연아는 갑(甲)목을 손과 발로 쓰고 마오는 을(乙)목을 손...Date2009.04.24 Category한국인이야기 Views6277 -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6> 만인의 친구 미키마우스는 배꼽이 없다
필자이어령원제인터넷에 들어가 검색해보면 웬만한 연예인보다 더 큰 대접을 받고 있는 생쥐 한 마리가 있다. 이름은 미키마우스, 국적은 미합중국, 출생지는 뉴욕이다. 종교는 기독교이고 키는 70㎝, 혈액형은 B형이다. 걸핏하면 “Oh, boy!”라고 말하는 버릇과 빨간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며 더러는 독서도 한다. 교제하는 지인들의 리스트에는 전 유엔 사무총장 코피 아난부터 스페...Date2009.04.24 Category한국인이야기 Views6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