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하고 재미있는 읽을거리 이어령 선생의 디지로그 칼럼과 한국인이야기 그리고 다른 분들의 칼럼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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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14> 유아 언어 속에 담긴 힘
필자이어령원제“전쟁 후 끼니를 거르며 살던 때였지요. 하루는 아이가 ‘환한 밥! 환한 밥!’ 하면서 우는 거예요. 제 처에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쌀밥이 먹고 싶다는 거래요. 아직 말을 잘 몰라서 꽁보리밥을 깜깜한 밥, 흰 쌀밥을 환한 밥이라고 했던 거죠.” 그러고는 안경을 벗어 눈물을 닦더니 그 기업인은 말을 이었다. “아이가 병으로 죽고 난 뒤늦게서야 형편이 피기 시작...Date2009.05.13 Category한국인이야기 Views6634 -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13> 모든 것은 셋으로부터 시작된다
필자이어령원제어렸을 때 읽은 르나르의 『박물지』생각이 난다. 그중에서도 “3333333---개미의 무한한 행렬”이라는 글이 기억에 생생하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잘 몰랐지만 3을 왼쪽으로 눕혀 놓고 보면 허리가 잘록한 영락없는 개미다. 시대가 변해서인지 요즘 아이들은 3자를 오른쪽 방향으로 돌려서 본다. 그래서 1자는 깃대고 2는 물 위에 떠있는 우아한 백조인데 3만은 발가...Date2009.05.10 Category한국인이야기 Views5870 -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12> 공자님만 알았던 세 살의 의미
필자이어령원제“우리 아기 몇 살?” 엄마가 물으면 아기는 어렵게 세 손가락을 펴 보이면서 “세~살”이라고 말한다. 그냥 재롱으로 보이지만 실은 한국인이 되는 첫 관문의 시험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한국의 속담을 봐도 세 살은 인생의 시작이다. 그런데 왜 그것이 하필 세 살인가? 그 비밀은 공자님만이 아신다. 『논어』 양화편에는 공자님이 제자인 재아(宰我)로부...Date2009.05.06 Category한국인이야기 Views5808 -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11> 돌잡이는 꿈잡이
필자이어령원제오랜만에 돌잔치에 초대를 받았다. 색동옷과 복건을 쓴 돌잡이를 보면서 처음으로 거기 의젓하게 앉아 있는 한국인의 모습을 보았다. 눈물이 흔해진 나이라 그런지 경사스러운 날에 하마터면 눈물을 보일 뻔했다. 색 바랜 사진 한 장. 그나마 전쟁으로 불타버린 내 돌 사진이 생각나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모든 것이 변했는데 장례식에 가도 곡소리를 들을 수 없고 ...Date2009.05.03 Category한국인이야기 Views7296 -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10> 어머니 어깨너머로 본 세상
필자이어령원제일본의 한 소아보건학자는 아이를 업어 기르는 것은 일본과 미국의 인디언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일본 특유의 스킨십을 자랑하면서 아이들을 떼놓고 기르는 서양문화와의 차이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아이를 업는 데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운 한국인들이 바로 이웃에 살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일본은 아이를 ‘온부히모’라고 부르는 띠로 ‘매고’ ...Date2009.05.03 Category한국인이야기 Views6052 -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9> 따로 서는 아이와 보행기 위의 아이
필자이어령원제콩나물 시루가 된 만원 엘리베이터 속에서 이따금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만약 인간이 다른 짐승들처럼 네 발로 돌아다닌다면 지금 이 엘리베이터는 어떻게 되었을까. 컨테이너처럼 길게 눕혀져 있는 모양을 하고 있었겠지. 사람들은 양 떼 모양처럼 아주 거북하고 민망한 자세로 늘어서 있었을 것이다. 웃음이 나오다가도 아찔한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인간의 직립 ...Date2009.04.30 Category한국인이야기 Views5784 -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8> 기저귀로부터 오는 문화유전자
필자이어령원제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갓난아이들은 용케 어머니의 젖꼭지를 찾아 빤다. 시각이 아니라 후각을 통해서다. 설마라고 하겠지만 우리는 이미 배 안에서부터 어머니 냄새를 맡아 왔다는 이야기다. 배 안에서도 어머니의 말을 익힌다는 말, 그리고 모차르트의 음악에는 편안한 표정을 짓고 베토벤의 시끄러운 음악에는 얼굴을 찡그린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지만 냄새까지 ...Date2009.04.28 Category한국인이야기 Views6746 -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7> 돌상 앞의 한국인 ①
필자이어령원제인터넷 블로거 뉴스에 아사다 마오는 그 사주(四柱) 때문에 김연아를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두 선수는 모두 경오(庚午)년 백말띠이고 달수는 갑신(甲申)과 을유(乙酉)이다. 태어난 날은 계유(癸酉)와 계사(癸巳)인데 20일의 차이가 있지만 모두 계(癸)의 일간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연아는 갑(甲)목을 손과 발로 쓰고 마오는 을(乙)목을 손...Date2009.04.24 Category한국인이야기 Views6522 -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6> 만인의 친구 미키마우스는 배꼽이 없다
필자이어령원제인터넷에 들어가 검색해보면 웬만한 연예인보다 더 큰 대접을 받고 있는 생쥐 한 마리가 있다. 이름은 미키마우스, 국적은 미합중국, 출생지는 뉴욕이다. 종교는 기독교이고 키는 70㎝, 혈액형은 B형이다. 걸핏하면 “Oh, boy!”라고 말하는 버릇과 빨간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며 더러는 독서도 한다. 교제하는 지인들의 리스트에는 전 유엔 사무총장 코피 아난부터 스페...Date2009.04.24 Category한국인이야기 Views6607 -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5> 한국인은 한 살 때 태어난다
필자이어령원제“나는 한 살 때 태어났습니다.” 장용학의 소설 ‘요한시집’ 첫 줄에 나오는 대목이다. 당연한 소린데도 아주 참신한 충격을 준다. 그래, 정말 그래. 우리는 태어나면서 한 살을 먹었지. 나는 양력으로 12월 29일 태어나서 이틀 만에 두 살을 한꺼번에 먹은 사람이다. 하지만 비웃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니라 태어난 아이를 0살부터 정확히 계산하는 서양 사람들이다. ...Date2009.04.13 Category한국인이야기 Views7993 -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4> 탄생의 비밀 ④ 왜 울며 태어났을까
필자이어령원제태어나자마자 아이들은 왜 큰 소리로 우는가. “바보들만 사는 당그란 무대에 타의에 의해 끌려나온 것이 억울하고 분해서 그랬을 것”이라고 셰익스피어는 풀이했다. 과연 대문호다운 상상력이다. 하지만 한 가지 씻을 수 없는 실수를 했다. 아이들이 타의에 의해 끌려 나왔다는 그 대목이다. 태아들은 바깥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서 호흡운동을 하고 걸음마의 다리운동...Date2009.04.11 Category한국인이야기 Views5680 -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3> 어머니 몸 안에 바다가 있었네
필자이어령원제상상력이 풍부한 시인들은 바다에서 어머니를 본다. 한자의 바다 해(海)자에는 어머니를 뜻하는 모(母)자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말도 그렇다. e의 철자 하나만 다를 뿐 바다도 어머니도 다같이 ‘라 메르’라고 부른다. 거기에 인당수 바닷물에 빠져 거듭 태어나는 심청이 이야기, 실험관의 인조인간 호문클루스가 갈라리아의 바다에 떨어져 생명의 기원으로 돌아...Date2009.04.11 Category한국인이야기 Views75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