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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신입생에게 보내는 축사

by 강창석 on Mar 0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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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어령
출처 http://news.joins.com/article/3061703.html?ctg=1201
떴다 떴다 비행기♬
물에 뜬 부평초처럼 자율보다는 타율에 의해
대학의 좁은 문 통과한 당신 분명 “떴습니다”


대학생이 된 여러분을 축하하는 이 자리에서 나는 ‘떴다 떴다 비행기’의 평범한 그 동요를 다시 한번 들려주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이카루스 같은 신화가 없습니다. 우리 역사책에는 하늘을 날려고 하다가 떨어져 죽었다는 옛사람의 기록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서양에는 비행 실험을 하다가 탑에서 떨어져 죽은 사람이 한둘이 아닙니다. 9세기 안달루시아에는 무어인 필나스, 11세기 영국에는 수도사 올리버, 그리고 15세기 이탈리아에는 조반니 바티스라는 사람이 있었지요.

그런 미치광이조차 없는 땅에 태어난 우리에게도 하늘을 나는 꿈은 있었습니다.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높이 높이 날아라 우리 비행기”가 그것입니다. 누가 비웃든 그 동요에는 분명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우리 어린아이들의 진솔한 꿈이 담겨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단순한 가사인데도 ‘뜨는 것과 나는 것’, ‘나는 것과 높이 나는 것’ 의 그 차이와 비전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비행기를 향해 “날아라”라고 소리치는 것을 보면 이 비행기는 뜨기만 하고 아직 날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비행기의 동요는 뜻밖에도 뜨기만 하고 날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그냥 비행기가 아니라 ‘우리 비행기’입니다. 그래서 “높이 날아라”라는 말이 나 자신을 향한, 나라 전체를 향한 말로 들리기도 합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비행기라는 말 대신 내 이름이나 혹은 친구의 이름을 넣어 불러 보십시오. 인생의 추임새가 될 것입니다. ‘우리 비행기’를 ‘우리 학교’ ‘우리나라’로 바꾸어 보십시오. 마치 교가나 애국가처럼 들릴 것입니다. 그래서 ‘떴다’에서는 박수 소리를, ‘날아라’에서는 응원의 소리를, 그리고 ‘높이 높이’에서는 애틋한 기도를 들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우리라는 다감한 말에서 조금은 콧날이 시큰해지기도 할 것입니다.

◇떠있는 것과 나는 것=대학에 합격한 순간 여러분도 떴습니다. 입시공부의 오랜 굴레에서 벗어나 공중에 떠있는 기쁨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뜬다’라는 말을 잘 씁니다. 인기가 뜨고 명성이 뜨고 나라 전체가 인터넷에 뜹니다. 심지어는 나를 띄워 달라고도 하고 남을 띄워 준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뜬다는 말처럼 위험하고 무서운 것도 없습니다. 연예인이나 정치인, 기업인과 그 수많은 유행상품들이 하루아침에 떴다가 사라집니다. IMF의 외환위기 때 우리는 한강의 기적으로 떴던 대한민국 전체가 허망하게 추락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확실히 ‘뜨는 것’과 ‘나는 것’은 다릅니다. 공기든 물 위든 떠있는 것은 외부로부터 오는 타율의 힘에 의해 움직입니다. 구름이나 풍선은 자기 뜻 없이 떠다니다가 사라지고 물에 뜬 거품과 부평초는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흐르다가 껴져 버립니다.

하지만 독수리의 날개는 폭풍이 불어도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고, 잉어의 강한 지느러미는 급류의 물살과 폭포수를 거슬러 용문에 오릅니다. 죽은 고기만이 물 위에 떠서 아래로 내려가는 법이지요. 동물학자들은 이상하게도 생물의 본능에는 유체(流體)에 거슬러 올라가려는 습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아이들은 뛰어서 맞바람을 일으키면 바람 없이도 바람개비가 돌아간다는 원리를 압니다. 순응이 아니라 역풍이 만들어내는 이 양력(揚力)이야말로 우리를 날게 하는 창조적 지성, 그 방향을 결정짓는 이성의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날아라 날아라♪
한 방향 좁은 골목에선 선두만이‘Best One’이지만
360도 열린 공중에서는 ‘Only’라는 독창성이 승리자


◇대학의 다양성·개방성·자율성=오늘이 지나면 “떴다 떴다”의 축하는 “날아라! 날아라!”의 응원가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대학의 ‘좁은 문’이 하늘의 무지개로 열리는 순간입니다. 모노크롬의 수험공부와는 다른 빨-주-노-초-파-남-보의 다양한 경주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같은 방향으로 달려야 하는 좁은 골목에서는 오직 선두에 선 한 사람만이 승리자가 되지만 360도로 열린 공중에서는 모두가 원하는 방향대로 날 수가 있어 누구나 승리자일 수 있습니다. ‘베스트 원’이 아니라 ‘온리 원’의 독창성이 요구되는 경주입니다.

그렇지요. 대학생은 한 마리가 놀라서 뛰면 다른 것들도 덩달아 뛰다가 무리 전체가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스프링복들과는 다릅니다. 학교는 더 이상 미셸 푸코가 말하는 감옥 같은 거대한 국가의 감금장치(監禁裝置)가 아닌 것입니다. 다양성과 개방성, 그리고 자율성의 기류를 타야만 여러분은 자유롭게 날 수가 있습니다.

◇광산의 카나리아=대학을 ‘광산의 카나리아’라고도 합니다. 공기에 민감한 카나리아는 갱내가 오염되면 먼저 죽기 때문에 광부들은 그 경보를 통해서 위험을 감지합니다. 그런 점에서 대학은 칸트가 ‘영구평화론’에서 언급한 국가의 도덕적 발전의 세 단계를 반영하고 있는 곳입니다. 유치원을 무기율(無紀律)의 단계로 본다면 초·중·고의 각급 학교는 ‘타율(他律)’의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학은 마지막 ‘자율(自律)’의 단계에 속한다고 할 것입니다.

타율의 단계에 있는 학교나 국가는 인간성을 단순한 수단으로 보는 사회와 같습니다. 이 수단의 왕국에서는 교육 역시 유의성(有意性)이 아니라 유용성(有用性)을 추구하고 있어 교육자와 피교육자 사이의 관계는 단순히 공급자와 소비자의 관계로 바뀌고 맙니다. 배우는 분야 역시 시험이나 취업에 관련된 것만이 뜨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타율에서 자율의 단계로 진입하면 인격을 목적으로 하는 인간들이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는 ‘목적의 나라’가 출현하게 됩니다. 의무교육과는 대조적으로 ‘자신을 위한 교육(self education)’을 실현하는 단계입니다. 이렇게 타율이 자율로 변하고 뜨는 것이 나는 것으로 전회(轉回)하는 것이 여러분의 대학생활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확대한 것이 칸트가 영구평화의 이상으로 삼은 자율 단계의 국가입니다.

높이 높이 날아라 우리 비행기♪
나는 것만으론 부족해 풀리지 않는 5차 방정식처럼
상상력의 한계 도전해야 그것이 대학 2.0시대 생존법


◇공식이 없는 대학의 꿈=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여러분 앞에 닥쳐올 새 시대의 상황은 수학문제로 치면 고차 방정식과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류는 바빌로니아의 시대부터 수천 년 동안 1차에서 4차 방정식에 이르는 난문제들에 도전하여 그것을 푸는 공식을 발견해 왔습니다. 하지만 5차 방정식부터는 어떤 공식도 일반 대수학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한계를 발견하고 수리적으로 증명한 것이 여러분과 비슷한 나이에 결투로 숨진 프랑스의 천재 수학자 에바리스트 갈루아입니다. 여러분이 그냥 날아서는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공식이 존재하지 않는 삶의 고차 방정식과 맞서게 된 여러분은 차가운 하숙방에서 그 난제에 도전한 갈루아와도 같기 때문입니다.

인류가 지금까지 해온 공식으로는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로컬리즘도 글로벌리즘의 문제도 아닙니다. 인간 문명의 한계를 증명하고 그것을 넘어서려는 높은 정신과 초월적인 상상력을 갖지 않으면 풀리지 않는 문제들입니다. 먹이를 찾기 위해 낮은 바다 위를 배회하는 갈매기 떼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갈매기 조너선처럼 혼자서라도 높이 높이 나는 비행술을 연습하고 실현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대학을 고공 비행의 연습장이며 동시에 공식이 존재하지 않은 삶의 고차 방정식을 푸는 창조적 지성의 집합체로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무엇 때문이 아닙니다. 높이 날려는 의지와 욕망은 그 자체가 의미와 충족이 되는 오토텔릭(자기목적)의 산물인 것입니다.

◇대학 2.0시대가 온다=일방적인 ‘리드 온리(read only)’의 인터넷 기반을 읽고 쓰는 ‘리드 앤드 라이트(read and write)’로 업그레이드한 웹 2.0시대에서는 UCC(user created contents)의 경우처럼 공급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없이 다 함께 콘텐트를 창조합니다. 일방적으로 지식을 얻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야 지식을 창조하고 공유하는 주체가 됩니다. 공식이 존재하지 않은 고차 방정식에서는 대수학만으로는 안 됩니다. 다른 학문 체계와 손을 잡아야 합니다. 학과 사이의 문지방을 낮추고 두터웠던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벽도 무너뜨려야 합니다. 그것이 여러분이 만들어가야 할 ‘대학 2.0’시대의 기반인 것입니다.

“떴다 떴다 새내기 날아라 날아라 높이 높이 날아라 우리 대학 새내기.” 어디에선가 맑은 합창소리가 들려옵니다. 세계 상위권으로 뜬 ‘우리 대학’, 한강의 기적으로 떴고 IT와 한류로 떴던 ‘우리나라’ -올해로 60년 환갑을 맞는 대한민국도 이제 방향을 정하여 날아야 합니다. 높이 높이 날아야 합니다.

유익하고 재미있는 읽을거리 이어령 선생의 디지로그 칼럼과 한국인이야기 그리고 다른 분들의 칼럼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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