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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칼럼] 문화 차이가 뇌를 바꾼다

by 강창석 on Jan 2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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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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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의 뇌와 서양인의 뇌는 다른가. 동양과 서양, 같은 동양에서도 한국·중국·일본은 각기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문화 차이가 뇌를 바꾸고, 다른 뇌가 다른 문화를 만든다.
 
언어에서 감정의 표현과 인지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부분이 많다. 그러나 문화적 차이로 인해 같은 발성을 다르게 인지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서양인에게는 감탄으로 들리는 발성이 동양인에게는 의심으로 느껴지고, 일본인의 겸손한 어투가 서양인이나 다른 동양인에게는 오만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는 감각 부분은 같더라도 두뇌의 고등 인지 기능이 문화권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동양인은 여러 개체 사이의 관계를 고려한 총체적 개념 정리를 잘하고, 서양인은 개별 개체에 대한 세부 분석을 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초가 있는 어항 속의 물고기나 복잡한 배경 속의 인물 등 그림을 보여주며 눈동자의 움직임을 관찰하면, 동양인의 눈동자는 서양인에 비해 배경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
 
2개 시각 패턴의 절대적 또는 상대적 크기를 판별하게 하면서 뇌의 활성도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측정하는 실험이 있다. 동양인은 절대적 크기를 판별할 때, 서양인은 상대적 크기를 판별할 때 뇌의 많은 부분이 활성화된다. ‘머리에 쥐가 난다’는 표현처럼 어려운 일을 할수록 뇌의 많은 부분이 활성화된다. 따라서 동양인은 상대적 판별을 잘하고, 서양인은 절대적 판별을 잘한다.
 
일상생활에서도 동양인은 주위 환경 및 사람과의 관련성에 관심이 많은 반면, 서양인은 개별 개체나 개인을 중시한다. 아시아 전역에서 호평받는 한류 드라마는 가족관계를 배경으로 하거나 주인공의 가족이 많이 등장하지만, 서양 영화에서는 대부분 가족관계가 설정되지 않는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는 젊은 사람보다 나이든 사람에게 주로 나타난다. 문화는 외부 환경의 중요한 요소이므로, 사람의 두뇌가 주위 환경으로부터 문화를 배운 결과로 해석된다. 즉 이러한 차이는 구조적인 것이 아니고 기능적일 뿐이다. 하드웨어의 차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문화권으로 이주한 후 6개월만 지나도 새로운 문화적 특성을 갖게 된다는 보고도 있다. 겉은 노란데 속은 하얀 바나나가 미국에는 흔하다.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가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15세기까지만 해도 동양의 과학기술이 서양을 압도했다. 비단·종이·도자기·화약 등 동양의 기술이 실크로드를 통해 서양으로 넘어갔다. 중세에 무역으로 부를 이룩한 이탈리아 도시의 박물관 소장품 가운데는 동양에서 넘어온 도자기 주전자의 외부를 백금 철망으로 보호한 것도 있다.
 
그러나 공자·노자·주자로 대표되는 동양의 학문은 총체적 개념을 중요시한 결과, 작게 나누어 분석적으로 연구하는 서양과학에 주도권을 넘겨주게 되었다. 뇌 연구도 시스템 수준에서 분자 수준까지 다양하며, 주로 뇌 전체를 다루는 ‘인간 본성’에 관한 학문으로부터 신경세포 이하를 분석하는 기법으로 발전했다. 수풀 전체의 생태계로부터 나무 잎사귀 하나 하나에 대한 고찰로 바뀐 것과 유사하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돌고 돈다. 분석적 학문이 한계에 부닥치자 총체적 개념이 중요한 융합학문의 시대가 다시 열리고 있다. 동양 문화에 매우 적합한 과학기술이다. 그러나 아깝게도 우리는 동양 문화의 많은 것을 버리고 서양 문화만 좇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가장 ‘우리스러운 것’이 우리를 세계의 선두그룹으로 이끌 수 있다.


이수영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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