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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까래'의 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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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홍윤표
출처 http://www.korean.go.kr/nkview/nknews/200509/86_1.html

서까래.jpg   ‘서까래’란 ‘비탈진 지붕에서 지붕면을 만들기 위해 용마루의 마루대로부터 건물의 가로 방향으로 도리나 들보 위에까지 걸쳐 지른 나무’를 말한다. 요즈음의 콘크리트 건물에서는 ‘서까래’를 볼 수 없어서 이제 어린이들에게 ‘서까래’는 잊혀져가는 단어 중의 하나가 되었다.

 

‘서까래’는 그 표기의 형태상으로 보아 더 이상 분석되기 힘든 것처럼 보인다. ‘서 + 까래’로 분석하자니 ‘서’와 ‘까래’가 무엇인지 알 수 없고, ‘서까’와 ‘래’로 분석해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어떤 학자는 이 ‘서까래’를 ‘혀’가 구개음화된 ‘서’와 ‘깔다’(布)의 어간인 ‘깔-’에 접미사 ‘-애’가 붙어서 된 ‘까래’가 합성되어 만들어진 단어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까래’는 ‘깔다’에 ‘-애’가 합쳐져 만든 것으로 보기 힘들다. 왜냐 하면 ‘서까래’는 ‘까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까래’의 된소리는 ‘깔다’와 연관시킬 것이 아니고 앞에 사이시옷이 있어서 ‘가래’가 ‘까래’의 된소리로 된 것으로 보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다. 이렇게 분석하면 ‘서까래’는 ‘서 + -ㅅ- + 가래’로 분석된다. 이때의 ‘서’와 ‘가래’가 무엇인지를 밝혀내면 ‘서까래’의 어원은 자연히 밝혀질 것이다.

 

  ‘서까래’를 뜻하는 단어는 15세기에는 ‘셔’였다. 즉 ‘가래’가 붙지 않은 ‘셔’ 자체가 오늘날의 ‘서까래’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두 푼 터러글 가비시고 셔 를 가비시니 <법화경언해(1463년)> 지븨셔 믄득 브리 니러 四面이 一時예 그 브리 다 盛와 보콰 셔와 긷괘 기 소리 나 震動야디여 믈어 것거 러디며 담과 괘 믈어디거 <법화경언해(1463년)>西方 그리니 해셔 퍼 나 집 웃 셔 더위잡게 얏도다 (又揮西方變發地扶屋椽)<두시언해(1481년)>

 

  이처럼 ‘셔’ 자체가 오늘날의 ‘서까래’를 뜻하는 단어로 쓰이었던 것은 18세기까지 계속된다.

 

  셔 연(椽)<1527훈몽자회(1527년)> 셰 연(椽)<칠장사판유합(1664년)>셔 연(椽) <영장사판유합(1700년)> 셔 연(椽) <왜어유해(18세기)>  


그러나 17세기에 와서 이 ‘셔’에 두 가지 변화가 나타난다. 하나는 이 ‘셔’가 ‘혀’로 변화하는 현상이고, 또 하나는 이렇게 새로 생겨난 단어 ‘혀’에 ‘가래’라는 단어가 합쳐지는 현상이다.

 

혀(椽), 혀 거다(擺椽)<역어유해(1690년)>   귓바회와 열 자 길의 리와 혓가래 굴긔예 네 오리 노흐로술위예 고 <박통사언해(1677년)>

 

‘혀’가 ‘셔’로 변화하였다면 ‘형님’이 ‘성님’으로 변화하는 것과 같은 ㅎ 구개음화가 일어났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셔’가 ‘혀’로 변화하였으니 이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두 가지 해석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하나는 15세기부터 ‘혀’가 ‘셔’로 구개음화되었다고 해석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과도 교정에 의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ㅎ 구개음화는 대개 16세기 이후에 남부 방언형에서부터 나타나는 현상이어서, 15세기에 이미 ‘혀’가 ‘셔’로 구개음화되었다는 해석은 억지이다. 그래서 ‘혀’가 ‘셔’로 과도교정되었다고 해석하는 편이 훨씬 합리적이다. 과도교정이란 화자가 구개음화가 일어난 어형을 비표준어로 생각해서 구개음화가 일어나지 않은 어형으로 잘못 고쳐서 말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컨대 ‘질들이다’를 ‘길들이다’로 잘못 바꾸거나 ‘점심’을 ‘겸심’으로 잘못 바꾼 예들 같은 것이다.

 

 ‘길들이다’는 원래는 ‘질들이다’가 바른 어형이었는데, 이것이 ‘길들이다’에서 구개음화된 형태로 착각하여 표준어로 바꾼다고 ‘길들이다’로 잘못 바꾼 것이고, ‘점심’은 원래 ‘뎜심’이 구개음화되어 생긴 단어인데, 이것이 마치 ‘겸심’에서 구개음화된 어형으로 잘못 알고 원래 구개음화 이전의 형태로 바꾼다고 바꾼 것이 잘못 바꾸어서 ‘겸심’으로 바꾼 것이다. 그런데 ‘길들이다’는 표준어가 되었지만, ‘겸심’은 아직도 방언형이다.


  이처럼 과도하게 교정을 해서 ‘셔’를 ‘혀’로 바꾼 것이다. 그래서 ‘셔’가 ‘혀’로 변화하고 이 ‘혀’와 ‘가래’가 통합되어 합성어가 되었는데, 그 과정에 ‘혀’와 ‘가래’ 사이에 사이시옷인 ‘ㅅ’이 들어가 ‘혓가래’가 등장하게 되었다. ‘가래’는 ‘갈래’라는 뜻을 가진 단어인데, ‘가르다’(分)를 뜻하는 단어였던 ‘갈다’의 어간 ‘갈-’에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 ‘-애’가 붙어서 생긴 단어이다. ‘가래떡’의 ‘가래’와 같은 것이다. ‘서까래’와 ‘가래떡’의 모습을 연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腰絰은 크기 닐곱 치 남니 두 가래 아 두 머리 되<1632가례언해(1632년)>

 

결국 ‘혓가래’는 ‘서까래의 갈래’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서까래’가 들보 위에까지 갈라져 나온 것을 뜻하는 것이다. 이러한 ‘혓가래’의 발생으로 동시에 사용되고 있었던 ‘셔’도 ‘셧가래’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셧가래’는 ‘셔 + -ㅅ- +(갈- + -애)’로 분석되는 것이다. 가끔 ‘셧가’와 같은 표기도 등장한다.

 

셧가래(椽) <몽어유해(1768년)> 셧가래<동문유해(1748년)>도 간 업고 듕문도 흔허지고 압뒤 벽은 잣바지고 셧가 고의 벗고 방안의하늘 뵈고 마당의 을 븨고 <남원고사(19세기)>


 

그래서 19세기말에는 ‘셧가래’와 ‘혓가래’의 두 가지 형태가 다 나타나서 사전에 이 두 가지 형태가 다 실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셧가래 혓가래(椽木) <한불자전(1880년)>


 

이 ‘셧가래’의 ‘셧’의 ‘ㅅ’이 ‘가래’의 ‘ㄱ’ 음에 동화되어 ‘셕가래’가 된 것도 18세기의 일이다. ‘셕가, 석가래, 석가’등으로도 표기되기도 하고, ‘에’와 ‘애’가 중화되어 ‘셕가레’로도 나타나기도 한다.

 

오량각 셕가 우 아 가막 다흔 것(簷椽閱)<광재물보(19세기)> 관 다만 셕가레만 남앗시 슈리 돈이 업지라 <진쥬탑(18세기)> 석가(椽木)<국한회어(1895년)> 을 파고 석가래를 버틴 후 그 우에 흙을 덥고 <지형근(1925년)> 석가래까지 비들기장처럼 파란 펜키칠을 하였고<상록수(1935년)> 부엌 석가래에 목을 매고 늘어진 시체를 제 손으로 풀어 내려 놓아야 했었다.<쑥국새(1938년)>


 

이것이 어중에서 된소리가 되어 ‘서까래’ 등으로 나타나는 시기는 20세기에 들어와서의 일이다.

 

언제든지 家具와 같이 주저앉었거나 서까래 처럼 드러누웠거나 하였다.<공포의기(1949년)> 주춧돌이 놓이고 기둥이 서고 보가 오르고 서까래가 걸렸다 <흙(1933 년)> 서까래가 탁탁 튀는 소리와 함께<영원의미소(1933년)>


 

‘서까래’는 원래 ‘서까래’를 뜻하는 ‘셔’가 그 원래의 형태이었는데, 여기에 ‘가르다’를 뜻하는 동사 ‘갈다’의 어간 ‘갈-’에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 ‘-애’가 통합된 ‘가래’가 붙어서 합성어가 되면서 그 가운데 사이시옷인 ‘ㅅ’이 들어가면서 ‘셧가래’가 되었던 것인데 이것이 음운변화를 일으켜 오늘날의 ‘서까래’가 된 것이다. 그런데 ‘셔’를 과도교정하면서 ‘혀’가 등장하면서 ‘서까래’는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데, ‘혓가래’와 ‘셧가래’가 그것이다. 그래서 17세기부터 두 가지 형태가 다 나타나며, 그 결과로 오늘날 일부 남부 방언(경상도 지역)에 ‘혀까래’도 남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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