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쾡이'와 '고양이'의 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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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홍윤표(洪允杓)
출처 http://www.korean.go.kr/nkview/nknews/200510/87_1.html

살쾡이.jpg 최근에 ‘살쾡이’가 민가로 내려와 닭이나 오리 등을 잡아먹어서 축산 농가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그런데 텔레비전 화면에 보이는 ‘살쾡이’는 언뜻 보아 ‘고양이’와 구별하기 힘들었다. ‘살쾡이’가 고양잇과의 포유동물이어서 ‘고양이’와 흡사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살쾡이’란 단어는 ‘고양이’와 깊은 연관이 있다. ‘살쾡이’의 ‘쾡이’가 ‘괭이’와 연관이 있는데, ‘괭이’는 ‘고양이’의 준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살쾡이’에서 ‘고양이’의 뜻을 가진 ‘괭이’를 분석해 낼 수 있다.

 

‘살쾡이’는 원래 ‘’에 ‘괭이’가 붙어서 만들어진 단어다. ‘’은 그 자체로 ‘살쾡이’를 뜻하는 단어였다. 모습이 ‘고양이’와는 비슷해도 단어 ‘고양이’와는 아무 연관이 없었던 단어였다. 그런데 그 ‘’에 ‘고양이’를 뜻하는 ‘괭이’가 덧붙게 되었다. 그렇다고 ‘살쾡이’가 ‘삵’과 ‘고양이’, 즉 ‘살쾡이와 고양이’란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과 ‘살쾡이’는 동일한 의미를 가진 두 단어이다. 단지 ‘삵’에 비해 ‘살쾡이’가 후대에 발달한 어형일 뿐이다. 이러한 것은 ‘호랑이’란 단어가 발생한 과정과 동일하다. ‘호랑이’가 ‘호(虎, 범)’와 ‘랑(狼, 이리)’으로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호랑이와 이리’란 뜻을 가진 것이 아니라 ‘호’와 ‘랑’이 합쳐져서도 역시 그 뜻은 ‘범’인 것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살쾡이’는 ‘’(또는 ‘삵’)과 ‘괭이’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단어이기 때문에, ‘삵괭이’ 또는 ‘삭괭이’로도 말하는 지역이 있으며(충남 지역), ‘삵’의 ‘ㄱ’ 때문에 뒤의 ‘괭이’가 된소리인 ‘꽹이’가 되어 ‘삭깽이’(또는 살꽹이) 또는 ‘삭꽹이’(또는 ‘살꽹이’)로 쓰는 지역도 있다. 그리고 ‘삵’에 유기음이 발생하여 ‘살쾡이’로 발음하는 지역도 있다. 주로 서울 지역과 경기도 지역에서 ‘살쾡이’로 발음하기 때문에 ‘살쾡이’를 표준어로 삼은 것이다. 그래서 북한의 사전에서는 ‘살쾡이’를 찾을 수 없다. 단지 ‘살괭이’가 보일 뿐이다. 남한에서는 ‘살괭이’는 ‘살쾡이’의 방언으로 처리하는데 말이다.

 

 ‘’은 훈민정음이 만들어진 15세기부터 문헌상에 보이므로 그 이전부터 있었던 어형일 것이다.

 

足히 議論티 몯리로다<두시언해(1481년)> 리(狸) <훈몽자회(1527년)>(野猫) <역어유해(1690년)>

가지깁흔 뫼  라나 숨 을 잡은 거시로소이다 <오륜전비언해(1721년)>

져녁마다 여호와이 좌우의 라렬엿다가 샐만면 가더라 <오륜행실도(1797년)>

 

이것이 ‘ㆍ’의 변화로 19세기에 ‘삵’이 되어 오늘날까지도 그대로 쓰이고 있다.

 

삵(狸)<국한회어(1895년)> 삵(貍)<광재물보(19세기)>

여호 갓흔 샹파닥이에 삵의 우슴을 고 나가더니<목단화(1911년)>

 

그런데 왜 ‘삵’ 자체로 쓰지 않고 여기에 ‘괭이’를 덧붙여 ‘살쾡이’로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분명히 알 수는 없지만, ‘삵’이 ‘고양이’와 너무 비슷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 ‘살쾡이’는 언제 만들어졌을까? ‘살쾡이’가 발생한 시기를 추정하려면 우선 ‘고양이’가 ‘괭이’로 변화한 시기를 알아야 한다. 왜냐 하면 이 단어가 ‘+고양이’가 아니고 ‘+괭이’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삵’의 뒤에서 유기음이 발생한 시기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삵+괭이’가 아니라 ‘삵+쾡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기 위해서 ‘고양이’란 단어의 변화과정을 검토하여 보기로 한다. ‘고양이’는 어떻게 만들어진 단어일까?

 

 ‘고양이’의 초기 출현 형태는 ‘괴’이다. ‘괴’가 이중모임이었기 때문에 그 발음은 ‘고이’에 가까웠다. 1713년에 남구만의 손자 남극관이 쓴 ‘몽예집’이란 책에는 ‘高麗史云方言呼猫爲高伊 今猶然但聲稍疾合爲一字’(고려사에 말하기를 방언으로 고양이를 불러 ‘고이’라 한다고 하였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단지 소리가 조금 빨라져서 합해 한 자로 되었다)란 기록이 있어서 ‘괴’의 발음이 ‘고이’에 가까웠음을 알 수 있다. 이 ‘괴’에 작은 것을 나타내는 접미사 ‘-앙이’가 붙어서 ‘괴앙이’가 되었는데, ‘괴’의 ‘ㅣ’ 모음 때문에 ‘괴양이’가 되고, 다시 ‘괴’의 ‘ㅣ’ 모음이 탈락하여 ‘고양이’가 된 것이다. 

 

문헌에서는 ‘괴앙이’가 후대문헌에서 검색되는데, 이것은 우연일 것이다. 대신 ‘괴양이’가 흔히 보인다. 주로 19세기에 널리 사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괴앙이 묘(猫)<유합천자(1934년)> 괴양이 모 (猫) <국한회어(1895년)>

놀뷔 이 형상을 보고 식혜 먹은 괴양이 갓튼지라 <흥부젼(19세기)>

얼운 보고 괴양이 셩젹고 싀집가고 암 셔답고 <남원고사(19세기)>

불가의 공양이오 여염집의 괴양이오 쳥 양이오 슈쥬분 놈 겸양이오 <남원고사(19세기)>

말 잘  남상이며 영니괴양이와 날쳥셜모며 힘 만흔 약대와 <삼설기(19세기)>

어려온 요괴 잇셔 사을 갈범이 괴양이 잡먹듯니 <셔유긔(19세기)> 

 

그런데 17세기 말에 ‘고양이소’(猫喫齋)<역어유해(1690년)>란 단어가 단 한 개가 등장해서 우리를 당황하게 한다. 왜냐하면 ‘고양이’는 ‘괴양이’의 변화형이어서, 문헌상으로는 ‘괴앙이’나 ‘괴양이’가 ‘고양이’보다 먼저 등장해야 하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한 예를 빼고 ‘고양이’는 주로 19세기 말부터 집중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한자 자석에서 ‘묘(猫)’는 ‘괴 묘’에서 ‘고양이 묘’로 바뀔 때도 19세기 말 이후다.

 

괴 묘(猫)<신증유합(1576년)> 괴 묘(猫)<정몽류어(1884년)> 고양이(描) <한불자전(1880년)> 고양이(描) <국한회어(1895년)>

고양이 묘(猫)<유몽휘편(1903년)> 고양이 묘(猫)<언문(1909년)> 고양이 묘(猫)<부별천자문(1913년)>

 

 ‘괭이’는 ‘고양이’가 줄어든 말이라서 ‘고양이’가 등장하면서 발생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주로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에 발생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삵 + 괭이’에서 ‘괭이’가 ‘쾡이’로 되려면, ‘삵’이 유기음을 동반하고 있어야 가능하다. ‘삵’이 뒤에 유기음을 가지고 나타나는 시기도 역시 20세기 초이다. 그러나 동일한 받침을 가진 ‘닭’이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뒤에 유기음을 가지고 등장하는 시기는 19세기 말이다.

 

삵희 리(狸)<부별천자문(1913년)>

닭키 홰에 올으다, 닭키 홰을 치다, 닭키 싸우다 <국한회어(1895년)> cf. 닭 계(鷄) <국한회어(1895년)> 

 

결국 ‘살쾡이’의 의미를 가진 단어는 ‘ > 삵’의 고정을 거쳐 ‘삵’으로 쓰이는 경우와, ‘ > 삵 + 괭이 > 삵괭이 > 살쾡이’의 과정을 거쳐 ‘살쾡이’로 쓰이는 경우의 두 가지가 있는데, 이때 ‘삵 + 괭이’가 된 시기는 ‘고양이’란 뜻을 가진 단어가 ‘괴 > 괴 + -앙이 > 괴앙이 > 괴양이 > 고양이 > 괭이’로 변화하는 과정의 마지막 단계인 ‘괭이’가 발생한 시기와 일치하여야 하기 때문에, ‘삵’과 ‘괭이’가 합쳐져서 ‘살쾡이’가 된 시기는 20세기 초로 보인다. ‘삵’의 뒤에서 유기음이 발생한 시기가 20세기 초이었고, 또 ‘고양이’가 ‘괭이’가 된 시기도 주로 그때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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