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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다’의 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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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홍윤표(洪允杓)
출처 http://www.korean.go.kr/nkview/nknews/200409/74_1.html

kth02.jpg ‘비싸다’의 뜻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옛날의 뜻과 달라진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사전의 뜻풀이를 소개해 두기로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물건 값이나 사람 또는 물건을 쓰는 데 드는 비용이 보통보다 높다’로 풀이되어 있다. 이의 반대말이 ‘싸다’이니까 ‘싸다’는 당연히 ‘~이 보통보다 낮다’의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비싸다’는 ‘비’와 ‘싸다’로 분석될 수 있음을 대뜸 알아차릴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비’의 어원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성싶다. ‘싸다’의 반대말이니까 이 ‘비’를 부정을 나타내는 한자어 ‘비(非)’로 유추하여 연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아무리 한자를 즐겨 쓰는 사람이라도 ‘비싸다’를 ‘非싸다’로 쓴 사람을 여태껏 본 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 설명이 맞지 않음이 분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비’는 원래 ‘비’가 아니고 ‘빋’이었기 때문이다.

 

  ‘비싸다’는 15세기 문헌에 ‘빋다’나 ‘빋다’로 출현한다. 즉 ‘비싸다’는 ‘빋’과 ‘다’나 ‘다’가 합쳐진 복합어인 것이다. 이것들이 ‘빋소다, 빗다, 빗싸다, 빗다’ 등으로 표기를 달리하다가, 20세기에 와서 ‘비싸다’로 굳어진 것이다. 그리고 ‘빋’은 주격조사 ‘-이’와 결합되면서 ‘비디’가 ‘비지’로 구개음화되어 그 어간이 ‘빋’에서 ‘빚’으로 바뀌어 오늘날에는 ‘빚’으로 되었다. 그러나 실제 발음에서는 ‘빗’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빋다(빋다)> 빗다(빗다)> 빗싸다> 비싸다’의 변화과정을 거친 것이다.

 

편안호미 빋소미 하니라(安樂直錢多)>번역노걸대 하(1517년)< 참조 cf. 편안홈이아 빗미 하니라 <노걸대언해 하(1670년)> 衒賣色 겨지븨  어 빋게 야  씨라 <석보상절(1447년)> 빗싸다(高價) <한불자전(1880년)> 를 만니 길드리 집이 가보니 무  말이 잇쓰 갑슬 무르니 갑시 오 빗싸거늘 <유옥역전(1885년)> 비싸다 價高 <한불자전(1880년)> 비싸다 價高 <국한회어(1895년)> 터 놓고 말이지 사실 내겐 비싼 흥정이였었소. <薔薇병들다(1930년)>


 

  오늘날 ‘빚’은 ‘부채(負債)’ 또는 ‘채무’(債務)란 뜻이어서 ‘남에게 갚아야 할 돈’을 뜻하지만, 15세기에 나타나는 ‘빋’은 그러한 의미 이외에 ‘값’에 해당하는 뜻으로도 사용되었다.

 

  다음에 보이는 예문에서 ‘비디, 비들’(즉 오늘날의 ‘빚이, 빚을’)은 ‘값이, 값을’이란 의미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비디, 비들’을 각각 ‘값이, 값을’로 바꾸어 해석하여도 문맥상의 의미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子賢長者ㅣ 지븨 세 分이 나가셔 겨집 죵 라지다 子賢長者ㅣ 듣고 세 分을 뫼셔 드라 겨집죵 비디 언메가 夫人이 니샤 내 몸앳 비디 二千斤ㅅ金이니다 夫人이  니샤 욘 아 비디  二千斤ㅅ金이니다 <월인석보(1459년)>


 

‘겨집죵 비디 언메잇고’는 ‘계집종의 값이 얼마인가’고 묻는 것이지 계집종의 빚이 얼마냐고 묻는 것이 아니다.

 

‘빋’이 오늘날의 ‘값’에 해당한다면 15세기 국어에는 ‘값’이란 단어가 없었던가? 그렇지 않다. ‘값’은 ‘빋’에 비해 더 많은 빈도를 가지고 사용되었다. 그러나 언뜻 보아 ‘값’과 ‘빋’의 의미 차이를 구분하기는 힘들 것이다. ‘값 다’도, 빋 다‘도 모두 ’그 값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값 다‘나 ’빋 다‘ 모두 ’갑시 다‘ ’비디 다‘로 쓰이었는데, 다음 문장을 비교하여 보면 그 뜻을 구분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값다’와 ‘빋다’는 거의 동일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다음 예문을 보도록 하자.

 

일훔난 爲頭 오시 갑시 千萬이 며 <월인석보(1459년)> 일훔난 됴 오시 비디 千萬이 며 <석보상절(1447년)>


두 문장 모두 ‘옷의 값이 천만에 해당한다’는 뜻이어서 옷이 매우 귀함을 표시한 문장이다. 그렇다면 ‘값’과 ‘빋’의 의미차이는 무엇일까?

 

 ‘값’은 한자로는 ‘가(價)’로, ‘빋’은 ‘치(値)’로 표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니까 오늘날 한자어 ‘가치(價値)’의 ‘가(價)’와 ‘치(置)’가 각각 그것을 나타내는 우리 고유어가 분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가(價)’와 ‘치(値)’는 어떻게 다를까? ‘가(價)’는 주로 ‘수직(售直)’이나 ‘매(賣)’와 통하였고 ‘치(値)’는 주로 ‘당(當)’에 통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가(價)’를 ‘가 數物售直 賣通’으로, 그리고 ‘値’를 ‘만 치 遇也 當也 持也 又物價直通’로 풀이한 자류주석(1856년)에서도 알 수 있다. ‘수직(售直)’이나 ‘매(賣)’는 ‘팔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서 ‘値’는 주로 ‘당(當)’과 ‘물직(物直)’과 뜻이 통하는데, ‘當’은 ‘전당(典當)’의 의미도 갖고 있으며 ‘물직(物直)’은 오늘날의 뜻으로 ‘값싸다’란 뜻을 가지고 있다.

 

直 物價 다 <어록해 개간본(1669년)>


 

 이러한 사실로 보아 ‘값’은 주로 ‘팔 때의 값’을, 그리고 ‘빋’은 ‘살 때의 값’을 뜻하는 것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값’과 ‘빋’은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값싸다’와 ‘비싸다’는 전혀 반대의 뜻을 지니고 있으니, 그러면 어떻게 이러한 변화가 일어났을까? 이 문제는 ‘다’를 설명한 후에 풀이하기로 하자.

 

  ‘다’는 오늘날에는 ‘값이 헐하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원래의 뜻은 ‘그 값에 해당한다’나 ‘그러한 가치가 있다’는 뜻으로 쓰이었다. 이때의 ‘다’는 물건값으로 말하면 ‘고가(高價)’일 때 사용하였다. 다음의 예문을 보도록 하자.

 

뵛 갑슨 던가 디던가(布價高低麽) <번역노걸대(1517년)>


 

  이 예문은 문헌상에서 ‘뵈’를 팔 사람이 묻는 것이어서 ‘갑시 다’는 ‘고가(高價)’를 뜻하는 것이 된다. 그래서 물건을 팔 때에는 ‘값다’는 ‘고가(高價)’를, ‘값디다’는 ‘저가(低價)’를 의미하였다. 이에 반해 ‘빋다’는 물건을 사는 쪽에서 평가하는 내용이다. 오늘날도 이것은 마찬가지이다. 파는 사람은 자신의 물건값을 ‘싸다’고 하고, 사는 사람은 상대방의 물건값을 ‘비싸다’고 하지, 사는 사람이 ‘싸다’고 하며 물건을 사거나, 파는 사람이 ‘비싸다’고 하며 팔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값다’가 ‘낮은 값’을 뜻하는 말로 변화하였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값싸다’는 파는 사람이 자신의 처지에서는 ‘값이 높다’는 뜻이지만, 상대방에게는 ‘값이 헐하다’고 표현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값싸다’는 값이 헐하다는 뜻으로 변화하고, ‘빋다’는 원래 그 뜻 그대로 남아 있게 된 것이다.

 

  ‘다’가 ‘그 값에 해당한다’ 또는 ‘값이 있다’는 뜻에서 ‘값이 헐하다’란 뜻으로 의미변화를 일으키게 된 시기는 19세기이다.

 

싸다(價歇) <국한회어(1895년)>

 

 

  그 이후 오늘날과 같은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결국 ‘비싸다’는 ‘빋 + 다’가 변화한 것인데, ‘값다’와 동일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가, 표현의 주체가 바뀌면서 의미변화가 일어나게 된 것이다. ‘사다’와 ‘팔다’가 어느 방언형에서는 각각 반대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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