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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팔따라지’의 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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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홍윤표(洪允杓)
출처 http://www.korean.go.kr/nkview/nknews/200511/88_1.html

kar32.jpg ‘삼팔따라지’란 단어는 국립국어원에서 편찬한 『표준국어대사전』(2001년), 한글학회의 『우리말큰사전』(1991년), 금성사판 『국어대사전』(1991년) 등에 모두 실려 있다. 이 단어를 제일 먼저 올림말로 한 사전은 이희승 님이 편찬한 『국어대사전』(1961년)이다. 이 사전에는 ‘삼팔따라지’를 두 가지로 풀이해 놓았다. 하나는 ‘노름판에서, 세 끗과 여덟 끗을 합하여 된 한 끗을 이르는 말’로, 그리고 또 하나는 속어로 ‘3·8선 이북의 북한에서 월남한 사람을 일컫는 말’로 풀이하고 있다. 이 풀이는 다른 사전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거의 유사한 의미로 풀이되어 있다.

 

그렇다면 ‘삼팔따라지’의 ‘따라지’는 무엇일까? 이 ‘따라지’가 제일 먼저 등장하는 사전은 조선총독부에서 간행한 『조선어사전』(1920년)이다. ‘라지’를 ‘왜소한 사람’이라고 풀이하고 같은 뜻을 가진 말로 ‘주유’(侏儒)와 ‘초요’(僬僥)와 ‘난장이’를 들어 놓았다. 세 단어가 모두 같은 뜻으로 키가 작은 사람을 가리킨다. 문세영 님의 『조선어사전』(1938년)에도 ‘따라지’를 ‘키가 작은 사람의 별명’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던 것이 조선어학회의 『큰사전』(1957년)에는, ‘키와 몸이 작은 사람의 일컬음’ 이외에 ‘노름판에서 한 끗의 일컬음’이란 풀이를 하나 더 붙여 놓았다. 그러니까 ‘따라지’에 ‘키가 작은 사람’에서 ‘노름판의 한 끗’이란 의미가 부가된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의 ‘따라지’의 풀이를 보면 ‘놀음판에서의 삼팔따라지’를 제일 먼저 싣고, 뒤를 이어 ‘38선 이북에서 월남한 사람을 일컫는 삼팔따라지’를 실은 후, 마지막으로 ‘보잘것없거나 하찮은 처지에 놓인 사람이나 물건을 속되게 이르는 말’을 싣고 있다. 북한의 『조선말대사전』(1992년)에는 ‘여럿 가운데서 키도 작고 몸집도 작아서 풍채가 보잘것없이 생긴 사람이나 하찮은 물건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란 뜻과 ‘놀음판에서 한 끗을 이르던 말’이란 뜻을 달고 있다. 

 

이 사전들을 역사적으로 검토하여 보면 ‘따라지’는 처음에는 ‘키가 작은 사람’에서 출발해서 ‘노름판에서 한 끗을 이르던 말’로 그리고 다시 ‘38선 이북에서 월남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확대되어 갔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쓰임도 처음의 의미였던 ‘키가 작은 사람’이란 ‘따라지’의 뜻은 차츰 사라져 가고 있음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따라지’의 원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따라지’가 처음 등장하는 문헌은 엉뚱하게도 한자 자석 문헌들이다. 한자 ‘추’(鯫)에 대한 새김에 ‘라지’가 등장한다. 1905년에 간행된 『자전척독 완편』(字典尺牘 完編)이란 책에는 ‘鯫’에 ‘송샤리 추, 雜小魚라지 추 小人鯫生’이란 풀이가 있다. 여기에서 ‘라지’가 ‘잡소어’(雜小魚), 즉 ‘작은 잡고기’를 뜻하며, ‘소인’(小人)을 ‘추생’(鯫生), 즉 ‘송사리와 같이 작은 물고기 태생’이라고 하였는데, 이러한 사람을 ‘라지’라고 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라지’의 원래 의미는 ‘송사리와 같은 작은 물고기’였었는데, 이것이 ‘소인’(小人)을 뜻하는 것으로 의미가 전이되었던 것이다. 또 작은 것은 하찮은 것이란 뜻을 포함하고 있어서 변변하지 못한 하찮은 사람을 ‘따라지’라고 한 것이다.

 

이처럼 ‘추’(鯫)의 새김으로 ‘따라지’를 쓴 것은 현대의 한자자전에도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 1908년에 지석영이 지은 『자전석요』, 1921년에 간행된 『한선문 신옥편』(漢鮮文 新玉篇), 1927년에 간행된 『증보 주해 신옥편』(增補 註解 新玉篇)에도 똑같이 실려 있고, 1987년도에 간행된 장삼식 편 『대한한사전』(大漢韓辭典)에도 ‘鯫’를 ‘송사리 추, 소인 추, 따라지 추’라고 새겨 놓고 있다. 

 

 ‘라지’의 예문이 처음 나오는 문헌은 신소설이다.

 

구참령 에 졔가 쇽담에라지 목슘이 되야 이 자리에셔 허락을 안이기로 엇의 가랴야 큰 이나 듯이 너털우슴을여 노으며 허허허허 <화셰계(1911년)> 

 

여기의 ‘라지 목슘’은 ‘값없고 보람없는 하찮은 목숨’이란 뜻으로 쓰인 것이다. 속담에 있는 ‘라지 목슘’이 되었다고 하는 표현으로 보아서, ‘라지 목슘’이란 말이 그 당시에 널리 쓰이고 있었음을 증명할 수 있다. 이 뜻을 가지고 쓰인 것이 1937년에 김유정이 쓴 단편소설 ‘따라지’가 가지고 있는 의미이다. 이에 연관되어 노름에서 홀끗인 따라지를 잡는 신세란 뜻으로 ‘따라지 신세’란 말이 나오고, 여기에 ‘따라지 목숨’과 ‘따라지 인생’ 등이 쓰인 것이다.

 

그렇다면 ‘따라지’는 어떻게 분석될까? ‘따라지’가 작은 것을 뜻하니까 ‘딸 + -아지’로 분석될 법하다. ‘-아지’가 ‘강아지, 송아지, 망아지’ 등의 ‘-아지’처럼 작은 것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러면 ‘딸’은 무엇일까? ‘따라지’와 동일한 뜻을 가진 단어에 ‘딸보’가 있고, 이것과 연관이 있는 ‘땅딸보, 땅딸이’가 있으니, 이 ‘딸’이 ‘딸+ -아지’의 ‘딸’과 같을 것으로 생각된다. ‘땅딸하다, 땅딸막하다’ 등의 형용사도 있는데, 이때의 ‘땅’과 ‘딸’은 분리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땅’은 ‘옆으로 딱 바라진 것’을 뜻하고 ‘딸’은 ‘키가 작은 것’을 뜻해서, ‘땅딸’은 ‘몸이 옆으로 딱 바라지고 키가 작은 사람’을 말하기 때문이다.

 

결국 ‘따라지’는 ‘딸 + -아지’로 구성된 단어인데, ‘송사리와 같은 작은 물고기’를 뜻하다가 이것이 사람에 비유되어 ‘보잘것없는 하찮은 사람’을 뜻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것이 놀음판에서 가장 작은 끗수인 ‘한 끗’을 상징적으로 표현해서 ‘따라지’라 하였고, 그래서 ‘따라지를 잡았다’란 표현은 곧 ‘한 끗’을 잡은 신세란 뜻이 되었다. 그런데 두 장을 합쳐 한 끗이 되는 것은 ‘2+9, 3+8, 4+7, 5+6’의 네 가지가 있는데, 이 중에서 가장 나쁜 것이 ‘3+8’이어서(역설적으로 이것이 오늘날 ‘삼팔광땡’이 되는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삼팔따라지’란 표현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삼팔따라지’는 가장 좋지 않은 끗수인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엉뚱하게 ‘삼팔선’에 비유된 것이다. 그래서 ‘삼팔따라지’가 ‘삼팔선을 넘어 월남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속어’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나도 자네와 같은 삼팔따라지다. 난 해방되던 이듬해 평남 진남포에서 월남했다. <홍성원, 육이오(1970년-1975년)>

 

‘따라지’가 ‘작은 물고기’에서 ‘키가 작은 사람’으로 의미변화를 일으키고, 그것이 구체적인 작은 숫자인 ‘삼팔’에 비유되어 ‘삼팔따라지’가 되고, 이 ‘삼팔따라지’가 엉뚱하게 ‘삼팔선’의 ‘삼팔’에 비유되어 ‘따라지’와는 상관없이 삼팔선을 넘어 월남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면서, 어휘 의미의 변화가 꼭 규칙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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