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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설주'와 그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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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완진
출처 http://www.korean.go.kr/nkview/nklife/2002_1/12_7.html

문설주1.JPG 국어사전들에 '문설주', '설주'가 표제어로 나온다. 국어연구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보면, 다음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

 

문 - 설주(門 - 柱) - - 쭈

 (건) 문짝을 끼워 달기 위하여 문의 양쪽에 세운 기둥= 문곁설중방·문기둥·문선5(門楦)·문주(門柱)·선단1 ·선틀·설주1(-柱). (예문은 생략)

【←문(門)+서-+ㄹ+주(柱)】

설주1(- 柱) = 문설주(예문은 생략) 

 

옛 문헌에서의 사용례는 극히 드물었던 듯, 유창돈 선생의 《이조어사전》은 겨우 다음의 예를 들고 있는데, 그나마도 문의 설주가 아니고, 여기서는 난간의 기둥을 의미한다. '설주'의 의미가 현재 우리가 쓰는 것보다는 그 범위가 더 넓었던 것을 알려 주는 뜻에서도 소중하다. 유창돈 사전에 다음의 예가 실려 있다.

 

설쥬머리: 난간 셜쥬머리(欄杆頭) 漢淸文鑑 266 a)

 

'문설주'에서 '門'과 '柱'만을 한자로 설명하고, '설'은 '-'으로 처리한 것이 어설퍼 보이는데, 그것을 어간 '서'와 어미 'ㄹ'의 결합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 마음에 놓이지 않는다. 물론 '멜빵', '땔감'과 같은 구성에서의 어미 'ㄹ' 또는 '을'의 기능을 알고 있지만, 누워 있는 기둥 같은 것을 생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서 있는' 기둥을 표시하기 위하여 '柱'자 앞에 '설'을 붙인다는 것은 어딘지 석연치 않은 곳이 있다.

 

아무래도 '설'은 한자가 아닐까 하여 찾아 보았던 것이 실은 아주 오래 전의 일이었는데, 그 자료가 어디 박혀 있는지 몰라 옛 기억을 찾아 검색하였더니, 다음과 같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무언가 더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한갓 환상의 찌꺼기일지도 모른다.

 

사전02.jpg 중국에서 나온 《韓漢大辭典》은 '문설주'에 대하여 '門框'이라 하고 있는데(框 Kuáng), 이는 가깝기는 하나, 합당한 번역이라고는 하기 어렵다. '框'은 '문틀'을 의미하는 것으로, 張三植의 사전이 '문도리나무 광'(門之周圍木)이라 하고 있는 것이다. 추축컨대 중국의 사전이 '문설주'에 '框'의 번역을 배당한 것은 유창돈 선생의 '李朝語辭典'이 훈몽자회의 ' 문션광 俗呼門|'을 '문설주'라 풀이한 것에 의지하지나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이른바 동중본에서는 '문션 광'이 아니라 '문젼 광'으로 되어 있는데, 이에 대하여는 뒤에 다시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문설주'를 뜻하는 중국어 단어로는 kŭn(梱)을 작은 중국어 사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 단어는 '문 가운데 세운 나무' 또는 '문 양쪽의 나무'의 뜻으로 쓰이는데, 음이 같은 '閫'(내외의 경계, 문지방)의 뜻으로도 통용되는데, 훈몽자회에 이르는 '俗呼門限'이 그에 해당한다.

 

이럴 때 아쉽게 생각되는 것이 우리나라의 한자사전들이 음색인만 있고 훈색인이 없다는 점이다. 뜻을 가지고 한자를 검색할 수 있으면 얼마나 편리할까 하고 남의 경우를 부러워한다. 아쉬운 대로 '柱'나 '框'이 나무목 변의 글자들임을 생각하여 '木'부의 글자로서 '설'의 음을 가진 글자들을 찾아 확인해 나가다가 '楔'이라는 글자를 만났다. 그리 생소하지도 않은 글자이지 않은가. 그리고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되지만, '문설주'의 '門'에서 출발하여 그 숙어들을 검색했더라면 훨씬 수고가 덜어졌을 것을 하고 아쉬워했다. '門楔'이라는 숙어가 '門柱' 등과 함께 거기에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거의 언제나 가까운 길을 두고 돌아서 간다 함이 이런 경우일까 한다.

 

강희자전(康熙字典)의 '楔'자를 찾으며 한편으로는 의아스러웠던 점이 하나 있었다. 최세진의 '쇠야기' 즉 '쐐기'라는 뜻이 발견되지 않는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그것은 필자의 오해 또는 잘못된 지식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쩌면 이 오해는 필자만이 아니라 꽤 넓고 오래된 오해에 기인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국 최세진은 옳았다. 거기에는 '쐐기'라는 설명이 들어 있는 것이다. 물론 최세진은 강희자전의 출현 이전에 살았던 사람이다. 여기 나오는 내용을 그는 다른 문헌에서 보았을 것이다. 내용의 이해를 위하여 각주 (1)에 약간의 부연을 해 두었다.(33)

 

강희자전은 예에 따라 운서들을 열거하며 음을 설명하고, 의미나 용례는 뒤로 돌린다.

木部 9획의 '楔'이 唐韻, 集韻, 韻會, 正韻에 따르면 '從先結切 音屑' 즉 '설 <셜'인데 그 의미는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說文]
[爾雅釋宮] 謂之楔
[註] 門兩旁木卽今府暑大門脫限者兩旁柱
兩木于橛之端是也
[韓愈進學解] 椳 闑 扃 楔 又柱也
(이하 다른 뜻에 관계된 것은 생략)

 

'楔'에는 '설' 이외에도 다른 음이 있음을 '集韻'을 인용하여 말하고 있는데,

 

又集韻 吉屑切音結義同
又集韻 訖詰切音戛(알)… 

 

라 한 것이 그것이다. 장삼식은 이쪽을 불문에 붙였으나, 모로하시는 setsu와 함께 ketsu도 수용하고 있다. 장심식의 태도는 개인적인 결정이라기보다도 우리나라의 선행 자서들을 계승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장삼식의 사전에서는 5개의 의미가 제시되어 있는데, 그 ①, ②가 앞에 인용한 강희자전의 문면2, 3행에 해당한다.

 

① 문설주 설(棖也)
② 기둥 설
③ 노가주나무 설
④ 앵도 설
⑤ 칠 설(鼓)

 

'棖謂之楔'은 이미 앞에서 보았던 내용이지만, '棖'자를 찾으면 '棖 門楔也' 더 나아가 '棖 謂門之兩旁長木, 所謂門楔也'를 만난다. '문의 양쪽의 긴 나무' 이른바 '문설주'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앞에서 필자가 '門'에서 출발했으면 더 지름길을 갔을 것을 하고 아쉬워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이제 한자어로서의 '門楔'과 '門柱'의 존재가 확인된 상황이라면, 그로부터 '門楔柱', 나아가서는 '楔柱'가 생성될 수 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에 그러한 한자어가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없다면, 일단은 그것들이 한국 땅에서 형성된 것이라고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2

 

그러나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 않는 '물설주'의 '설'에 대한 '설'자의 인식이 왜 쉽게 이루어질 수 없었던가에 대한 의문은 그대로 남는다. 먼저 조선총독부의 《조선어사전》에 '문셜ㅅ쥬'와 '셜ㅅ쥬'가 표제어로 등재되어 있으면서 아무런 한자 병기가 없었던 것을 주목한다. 거기에서는 또한 '셜쥬'를 '문셜쥬'의 약어(略語)라 해설하고 있는데, 이희승의 《국어대사전》, 신기철·신용철의 《새우리말 큰사전》 등에까지 같은 처리가 이루어져 오는 것을 보면 '문설주'의 '설'이 한자로 등재되지 않는, 혹은 등재되지 못하고 있는 원천을 거기에 보는 것 같다. 한자로 환원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언제나라고 할 만큼 철저히 그 한자를 괄호 안에 보이는 것이 총독부 사전의 특징인데, '문셜쥬', '셜쥬'에 대하여는 그러한 한자의 병기가 전혀 없는 것이다.(34)

 

한자의 병기를 수반하는 중세의 문헌에서도 '도젹' 또는 '도'의 경우에 있어서는 당연할 것 같은 '盜賊'의 병기를 볼 수 없게 되어 있다. 쓰는 사람의 의식에 한자어로 각인되지 않는 까닭이라고 할 수밖에 없겠는데, '문셜쥬'의 경우에도 그와 같은 범주의 것이 아닐까 한다. 혹 이 사전의 설명문이 일본어이기 때문에 일본식 한자어가 될 수 없어 한자 병기가 없었던 것이 아닌가 억측할 수도 있겠으나, 그럴 확률은 아주 낮다. 한자 병기를 보이는 또 하나의 자료인 《불한뎐》 역시 '물셜쥬'나 '셜쥬'에 대한 한자 표기는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셜주 門闑 Montants d'une porte. Cadre de la porte(문의 지주 支柱 , 문의 틀 ― 필자 번역)
셜주 楣 Poteaux, les deux montant d'une porte(말뚝들, 문의 두 지주 ― 필자 번역

 

'문설주', '설주'에 해당하는 한자를 음에 맞추어 배당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자면 의역을 보였는데, 제시된 한자의 적정성은 검토의 여지가 있다. '闑' (얼)을 장삼식은 '문지방 얼'이라 하였으나, 훈몽자회에서의 '돌얼'(門中立石 俗呼門墩)이 오히려 자의(字義)에 가까울 것이다. 문을 닫을 때 문을 지탱하도록 가운데 세우는 나무(자회에서는 돌)를 이르기도 하거니와, 고제(古制)에서 양쪽의 말뚝 또는 기둥과는 달리 중간에 세운 것이 闑이고 그 사이는 중문(中門), 경(扃)과 정(棖) 사이는 '경동', '경서'라 하였다 하니 이러한 '경'이면 '문설주'라 할 수도 있겠다.
'楣'(미)는 '인중방 미'라 하여 문 위의 도리(門上橫梁)인데 'sp085.gif'(모)를 '문설주모'(門樞上橫木)이라고 하는 것 같은 통용에 의한 것인지 모르겠다.(이 글자를 '문설주'라 한 것이 부당한 것이 아닌 한에 있어서의 말이지만) 다만 이런 것들에까지 '문설주'가 전용되게 되면 '楔'자의 부상은 쉽지 않은 일이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계제에 남광우 선생의 《고금한한자전》에 의지하여 우리나라의 전통 자서에서의 '楔'의 주석을 보면 한결같이 '문설주'를 주종으로 하고 있는데, 한자로 '門楔柱', '門楔' 또는 '楔柱' 같은 기록을 보이는 것은 하나도 없다.

 

[자류주해] 문셜주셜
[자전석요] 문설주설, 기동설, 앵도설
[신자전] 문설주, 기동, 노가주나무

 

공교롭게도 남광우 선생이 예시한 '楔狀骨, 楔齒, 楔形文字'에서의 '楔'은 모두 '쐐기'의 뜻, 즉 최세진의 '쇠야기'에 해당하는 것인데, 그에 걸맞는 주석을 이들에게서는 찾을 수 없다.(35) 다만 《자류주해》에 '門兩旁木柱也'와 함께 '櫼也'라 한 것이 있으나, 그것이 '쐐기'로 인식되었는지 또는 '문설주'로 인식되었는지는 확인할 수가 없다.

 

이제 유창돈 선생이 '문설주'라고 주석했던 '문선' 그리고 '문전'의 문제로 옮겨가 보기로 한다. 훈몽자회의 이른바 《예산본》에서는 ', 閫, 閾'의 세 글자가 모두 '문젼 광, 문젼 곤, 문전 역'으로 되어 있는데, 《동중본》(및 기타 판본)에서 ''이 '문션 광'으로 나타나기 때문에(다른 두 글자는 그대로 '문젼'), 전와일 가능성도 없지 않으나, 첫 글자와 다음 두 글자는 의미상의 차이도 있기 때문에 그렇게 판정하는 것은 보류한다. 전에 언급했던 일이 있기도 하지만, ''은 '문도리나무'인데 반하여 다른 두 글자는 '문지방'으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젼'의 '젼'은 '전더구니'의 '전'으로 '물건의 위쪽 가장자리가 조금 넓적하게 된 부분'이라고 《표준국어대사전》이 풀이하고 있는 말에 통할 것이다.

 

 '문션'에 해당하는 '문선'은 현대의 사전에도 나오는 말이다. 이희승 선생의 사전에서는 '실 선'(線)자를 써서 '門線'이라 하였던 단어다. '문짝이 의지하게 세운 벽선(壁線)'이라 풀이되어 있다. 다시 '벽선'을 찾으면 '기둥에 붙여 세우는 네모진 굵은 나무. 벽속에 있어서는 인방과 중방을 버티게 되고, 문호(門戶)에 있어서는 문선(門線)이 됨'이라 하고 있어 '문설주'에 가까운 설명이다.

 

신기철·싱용철의 사전에서는 '문선'(門線)은 그대로 유지한 채, 그 위에 '문선'(←門楦)이 '문설주'와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추가되어 있다. 여기에도 '벽선'(壁線)이 있고 설명은 이희승 선생의 경우와 같다. 그러나 아직 여기에는 '壁楦'이 등장하지 않는다.

 

《표준국어대사전》의 경우에는 '문선'(門楦)과 함께 '벽선'(壁楦)이 나오는데, 거기에는 '벽에 붙은 문설주'라는 설명을 볼 수 있다. '門線'과 '門楦'에 실질적인 의미의 차이가 있는지는 의문인데, 건축 용어의 변화에서 온 것인지 모르겠다. '門楦'의 한자 표기에서 두 사전이 '←'표와 '▽'표를 한 것은 '楦'의 독음이 변화된 것임을 의미한다. 이 한자는 '신골 훤'으로 등록되어 있는데 그것이 '宣'에 이끌려 '선'으로 발음된 것을 지적하는 것이겠으나, 이러한 표시는 생략하여도 무방하다. 이미 집운(集韻)에도 그 발음이 '宣'을 따를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거니와, 현대어에서 발음은 xuán으로 '旋'자와도 통용된다. 문이나 다리(橋)의 아치 arch를 의미한다고 되어 있으니, '문설주'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旋'은 말할 것도 없고, '線'이나 '楦'도 건축 용어가 되기에는 거리가 먼 의미의 글자들인데, 어떤 과정을 거쳐 이들이 지금에 보는 바와 같은 용법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추측컨대, '門蒨'(문천)이 '문지방'(門限)의 뜻으로 통하는 것과 같은 부류의 것이 아닐까 한다.

 

'(천)은 식물 이름, 또는 풀의 무성한 모습을 형용하는 의미가 있을 뿐, 건축과는 거리가 먼 문자이기 때문이다. 혹 이 '천 < 쳔'이 우리의 '문젼'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도 싶으나, 여기서는 의심해 두는 데 그치겠다.

 

끝으로 '문중방'(門中枋)에 대하여 한마디 하고 싶다. 연구원의 사전에서는 이를 '=중인방'이라 처리하고 있으나, 종래의 사전에서의 '문중방'은 '중인방' 또는 중방의 하위 개념이라고는 할 수 있어도 그와 동등한 것은 아니겠기 때문이다. 다음에 설명문을 대비시킨다.

 

문 - 중방(門中枋): 문얼굴에 가로 건너 낀 중방. [이희승 사전](36)

중인방(中引枋): 벽의 중간 높이에 건너지른 인방 = 문중방(門中枋)·중방4(中枋)

 

붙임 : 《새국어생활》 제10권 제2호, 즉 2000년 여름호에 '마아'에 대한 글을 쓴 일이 있다. 그 가운데, 《조선후기한자어휘색인》에 의지하여 《광재물보》에 언급된 '야오광'이라는 이상한 단어에 대하여 그것이 '麻胡'에 관계되는 것이 아니라, 밤에 우는 어린 아이, 즉 '夜哭郞'에서 왔을 것을 말한 일이 있다. 그러나 '야곡랑'이 '야오광'까지 간다는 것은 그 간격이 너무 커 보인다. 이것을 이제는 언중의 어형에서의 와전이 아니라 사본(寫本)의 오독(誤讀) 또는 오사(誤寫)에 의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야곡랑'을 '야곡낭'이라고 세로로 붙여 쓴 상황을 상정해 보자. 그것이 '야오광'으로 보였을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하는 것이다. '곡'의 '고'가 '오'로 보이고, 받침의 'ㄱ'이 '낭'의 'ㄴ'과 합해지며 '광'으로 보였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검색사전의 편저자들이 한번 원본을 확인해 주면 고맙겠다. 한자어를 다루는 길에 조금 붙여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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