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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휘기픈나모

'결혼하다'와 '혼인하다'의 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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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홍윤표(洪允杓)
출처 http://www.korean.go.kr/nkview/nknews/d_200211.html

sowdam.jpg 국립국어연구원에서 편찬한 『표준국어대사전』의 '결혼(結婚)'과 '혼인(婚姻)' 항목은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 관계를 맺음"(결혼), "남자와 여자가 부부가 되는 일"(혼인)로 풀이되어 있다. 이 뜻풀이만으로 본다면 '결혼'과 '혼인'은 특별한 의미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결혼'이나 '혼인'을 거의 같은 뜻으로 알고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단어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쓰임이 다름을 금방 알 수 있다. '결혼관, 결혼기념일, 결혼반지, 결혼사진' 등은 낯익은 말이지만, '혼인관, 혼인기념일, 혼인반지, 혼인사진' 등은 아무래도 낯선 말들이다. 이것은 예전에는 '결혼'과 '혼인'의 뜻이 달랐던 데에 기인한다.

 

『석보상절』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전한다.

 

(1) 사회 녀긔셔 며느리 녁 지블 婚이라 니고 며느리 녀긔셔 사회 녁 지블 姻이라 니니

     댱가 들며 셔방 마조 다 婚姻다 니라 <석보상절(1447년) 권6>

 

'혼인하다'는 한 쌍의 남녀가 시집가고 장가가서 한 부부가 되는 것을 뜻하는 말이었다. '혼인'은 '혼(婚)'과 '인(姻)'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혼'은 "사위 쪽 집에서 며느리 쪽 집"을, 그리고 '인'은 "며느리 쪽 집에서 사위 쪽 집"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래서 남자가 장가들고 여자가 서방을 맞는 일을 '혼인한다'고 하였다. '혼인'은 15세기 문헌에서부터 보이기 시작하여 지금까지도 쓰이는 단어이다.

 

이에 비해 '결혼하다'는 오늘날의 뜻과는 달리 "혼약을 맺는 일"을 일컫는 단어였다. '혼인'은 혼인 당사자와 관계된 단어이지만, '결혼'은 혼인 당사자만이 아니라, 이에 관련된 사람(부모 등)과 관계된 단어였다. 그래서 남녀 간에만 결혼하는 것이 아니고, 남자와 남자도 결혼할 수 있었다. 그 몇 예를 보자.

 

(2) 현령 죵니권이 이웃 현령 허군으로 더브러 결혼니 죵니의 이 쟝 츌가디라 <종덕신편언해(1758년) 하권>

(3) 뉴시 왈 뎡개 명 삼셰의 션슉슉과 결혼여 이졔 셩혼 경이히 작희 조각이 업셔 우민이다 <명듀보월빙(18세 기)>

(4) 리막다릐나 한문 녀ᅵ라 (중략) 년긔 쟝셩매 부친이 외교인과 결혼코져 거늘 본디 슈졍 원의 잇지라 샹 피 계교 각더니 <기해일기(1905년)>


『종덕신편언해』의 예문은 '현령과 현령'이, 그리고 『명듀보월빙』의 예문은 주인공이 3, 4세 때에 결혼하여 지금(이제) 성혼하는 것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기해일기』의 예문은 '리막다릐나'의 부친이 '외교인'(종교가 다른 사람)과 혼인하는 것이 아니라, 부친이 그의 딸인 리막다릐나를 외교인과 혼인시키려고 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 표현이 '결혼시키고져'가 아닌 '결혼코져'로 되어 있어서, '결혼하다'의 뜻이 '혼인하다'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혼인 당사자는 '혼인'을 하지만, 그 집안끼리는 '결혼'을 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결혼하다'의 의미가 "혼약을 맺는 것"에서부터 당사자끼리 '직접 혼인한다'는 것으로 변화한 것은 결혼하는 사람(예컨대 예비 신랑 신부의 부모)을 혼인 당사자(즉 예비 신랑 신부)로 바꾸어 표현하면서 발생한 결과로 보인다.

 

(5) 황제 보시고 가라사대 경의 이 잇다 하니 낭목의 아들과 결혼하라 하시거늘 <권익중실기(19세기)>

 

이 예문은 이전에는 '경이 낭목과 결혼하라'고 표현되었을 것인데, 앞에 '경의 '이 있어서 '낭목의 아들'과 '결혼하다'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혼인 당사자끼리 '결혼하게' 되어서, 결국은 '혼인하다'와 '결혼하다'가 동일한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이다. 이미 18세기부터 '결혼하다'는 '혼인하다'는 뜻으로도 사용되었다.

 

(6) 아홉재 죄 위랑이 오시 결혼 줄 엇디 알니잇가 이제 쳡이 셔 한 낭로 죽기 뎡여시니<빙빙전(19세기)>

(7) 텬쥬ᅵ 결혼을 뎡야 셰우심은 부부ᅵ 서로 돌보고 서로 사의 랑고 서로 공경고 <셩교절요(1864년)>

 

'결혼하다'가 일본어에서 들어온 한자 차용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지만, 이 단어가 이미 18세기부터 사용되는 현상으로 보아 그 주장은 신빙성을 얻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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