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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휘기픈나모

추운 겨울 밤 모닥불 속에서 온갖 시련을 겪고 구워진 군고구마처럼 따스한...

by 오승영 on Nov 0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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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편 소개 할게요~^^ 많은 분들께서 알고계시리라 생각하지만...
오랜만에 책장에서 시집을 꺼내 읽어보니 느낌이 또 새롭네요...^^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연탄 한 장  -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군가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 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히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어렸을 적 연탄보일러 집에 살았던 저는
지금도 슬레이트 지붕에서 떨어진 눈녹은 물들이 애써 만든 얼음 기둥에
벌겋게 달군 연탄집게로 구멍을 내며 놀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마당을 나서면 바로 이어지는 비탈진 동네길을
철부지 어린 아이였던 제가 썰매길로 만들어놓곤 했었는데
아무말 없이 꽁꽁 얼어버린 얼음길을 연탄집게로 깨어가며
하얗게 알몸을 드러내어 버린 연탄재를 한개 한개 깨뜨리고 계셨던
아버지의 뒷모습이 생각나네요.
연탄불을 갈기 위해 새벽 늦은 시간 켜졌던 뒤꼍의 불빛과 어머니의 기침소리는,
지붕에 매달려 있는게 힘겨워 바닥으로 탁탁 제 몸을 부숴뜨렸던 고드름은,
또 여름에 그토록 열매를 맺지 않아 수놈이라고 믿었던 눈덮힌 앵두나무 한 그루는
아직도 문을 열면 바로 뒤꼍 고향집에 조용히 있을 것만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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