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차에 대한 명상

by 오승영 on Nov 0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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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아직 이른 연둣빛 봄 파릇파릇 돋아난 어린 찻잎으로 끓인 차를 제일 고급으로 알지만
나는 오히려 무더운 여름 고사하지 않고 살아남아 태양이 죽어가기 전의 서쪽 하늘을 덜 여문 핏빛으로 물들이는 노을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는, 가을 무렵의 차를 좋아한다.
가을의 찻잎은 이른 봄 잎처럼 풋풋하지 않고 완연한 봄 잎처럼 독하지 않으며 장마철 잎처럼 비릿하지도 않고 또한 겨울 바싹 말라 바스라진 잎처럼 눅눅하지도 않다.
때문에 생잎으로 차를 우려내어도 반건조한 잎으로 차를 우려내어도 또 따가운 가을햇볕에 하루종일 말린 잎으로 차를 우려내어도 강인한 맛 대신 깊게 스며드는 은은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리라.

  차라고해서 무조건 평소 마시는 것들 만이 차가 아니라 우려내어 마실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차가 된다. 그러나 이 가을만큼은 바람도, 구름도, 하늘도, 지는 노을도, 가끔은 지겹다고 생각한, 그러나 조금뒤엔 지겹도록 그리워질 모든 추억들이 찻잎이 되고 찻잔이 되고 찻물이 된다.  
최고란 공존할 수 없다는 이 시대의 논리에서 잠깐 벗어나 평소 즐겨 마시던 차 한잔의 여유를 가져본다. 이 가을, 어쩌면 다시는 마셔보지 못할 지금 이 순간의 찻잎을 이 곳의 찻잔에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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