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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행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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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 바그너


wedding2.jpg바그너의 결혼행진곡은 가극 '로엔그린' 중 제 3막의 전주곡에 이어 나오는 '혼례의 합창'이다.  딴 딴딴딴...하며 결혼식에서 신부가 입장할 때 흐르는 음악이 바로 이 곡이다. 결혼식은 축복이 넘치는 곳이므로 음악 또한 그러해야 한다. 그런데 바그너의 결혼행진곡은 축복하는 음악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다. 혼례는 혼례인데 문제는 이 가극이 비극(悲劇)이라는 것이다.

 

10세기 유럽. 한 고귀한 신분의 아름다운 여인이 곤경에 빠져있다. 늠름한 기사가 혜성같이 나타나 목숨을 걸고 그 여인을 곤경에서 구한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져 무덤까지 함께 하기로 한다. (비록 중간에 갈라설지언정 모든 결혼은 무덤까지 함께 함을 특징으로 한다. "결혼은 사랑의 무덤이다"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기사는 여인에게 1000년 후 휴대폰 광고로 유명해질 바로 그 명언을 한다. "묻지마, 다쳐."

이미 뿅 간 여인은 기사의 신분과 이름을 묻지 않기로 굳게 약속을 한다. 하지만 그 여인은 이브의 후예다.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한다. 게다가 에덴의 뱀 같이 여인을 꼬드기는 사람들도 있다. "넌 어찌 남편 될 사람 이름도 모르냐? 걔 혹시 조폭 아니냐?" 여인은 고민한다. 마침내 금기(禁忌)를 어기고, 결혼식 직후 이름을 묻는다. 기사는 답을 해준다. 그러나 그 대가는 처절하다. 떠나야만 한다. 여인은 다치는 정도가 아니다. 슬픔에 겨워 죽어간다.

 

이 다소 엉뚱한, 슬픈 사랑의 이야기는 오페라 "로엔그린"의 줄거리다. 이름을 꼬불치는 기사의 이름이 바로 로엔그린이고, 다 된 밥에 코 빠트리는 여인이 "엘자의 꿈"이란 매우 유명한 아리아를 부르는 엘자이다. 물론 로엔그린이 휴대폰 광고 흉내를 낸 것은 절대 아니다. 성배聖杯를 수호하는 기사로서 이름과 신분을 감춘 채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신성한 의무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클래식과 견원지간(犬猿之間)인 인간도 여기에 나오는 한 곡은 분명히 알고 있다. 두 주인공의 결혼식에 나오는 "혼례의 합창", 다름 아닌 "결혼행진곡"이다.

사랑에 눈먼 남녀를 언제나 무덤으로 인도하는 이 곡은 주인공 로엔그린 만큼이나 시대를 앞서 갔던 바그너의 작품이다. 원죄와 구원이라는 숙명적 테마를 초인적인 열정으로 무대 위에 구현하였던 낭만파의 대가. 자신의 작품 상연에 가장 열성적이었으며 독일 바이에른의 국왕 루드비히 2세를 등쳐 엄청난 경비를 조달하였던 수완가. 자신의 후원자나 추종자의 마누라들을 덥석 잡수셨을 뿐만 아니라, 이로부터 영감(靈感)을 받아 후세 사람들을 매료시킬 작품을 형상화한 예술가. 기존의 오페라와는 다른 개념의 악극(樂劇)을 창조해낸 창조자... 바그너의 삶은 진정 폭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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