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출처 | http://www.korean.go.kr/nkview/onletter/20060801/06.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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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 이대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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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사상이 아닙니다. 여기저기서 외계어 만들어 쓰는 초딩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단지 '계몽'이라는 권력을 갖는단 거겠습니다. 에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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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명분도 대중의 동의에 우선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7백 몇 명이 투표하여 3백 몇 명이 찬성한 결과물이 전파와 계몽의 대상이 되다니요... |
흔히 언어를 ‘사회적 약속’이라고 하는데 국가 기관이 일방적으로 말을 바꾸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이냐는 의견인데, 이는 ‘말터’에서 진행하는 우리말 다듬기의 취지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말터’에서 다듬었다고 해서 다듬은 말이 바로 표준어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사회적으로 약속이 되기까지는 하나의 대안에 불과한 것이다. ‘네티즌’과 ‘누리꾼’의 죽살이는 오로지 국민들이 어떤 말을 얼마나 쓰느냐에 달린 것이지 국가나 전문가가 지정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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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시민'이 훨씬 네티즌의 뜻에 가깝습니다. '누리'는 '세상'을 뜻하는 우리 옛말입니다. '누리꾼'은 '세상사람'이라는 뜻이므로 네티즌과는 거리가 멉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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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이 전제된 특정 계층의 사람을 지칭하는 '꾼'을 '-시민' 을 의미하는 네티즌에 갖다붙인 것은 정말 어이없는 실수이구요. |
‘누리’는 세상을 뜻하는 말이고 ‘-꾼’은 시민을 뜻하는 말이 아니므로 ‘누리꾼’이 그물과 시민의 합성어인 ‘네티즌’의 다듬은 말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인데, 이는 말다듬기와 번역을 구분하지 못한 면이 있다. 외국어를 우리말로 다듬을 때에는 마땅히 그 원뜻을 충분히 이해하여 되도록 원뜻이 잘 살아나도록 다듬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면에서는 말다듬기와 번역은 매우 비슷하다. 그러나 번역은 외국어 자체의 원뜻에 더욱 충실해야 하는 반면에, 말다듬기는 다듬을 말이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는 점에서 둘은 차이가 있다. 그런데 위에 보인 댓글은 ‘누리꾼’이 ‘네티즌’을 제대로 ‘번역’하지 못했기 때문에 제대로 다듬은 말이 아니라고 하였다는 점에서 잘못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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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이 머야 - - ;;; 즐!! 무슨 네티즌이 노랗게 생겻냐? 미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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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가 어떻게 인터넷인가요. ㅋㅋ 네티즌을 "망쟁이"로 바꾸는 게 더 의미가 팍팍 오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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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을 사랑한답시고 어색한 말을 지어내지 말고 지금 쓰고 있는 이상한 말들이나 고치시지...유행에 이리저리 밀려다니는 꼴이라니... |
이런 비난 이면에는 익숙한 것을 바꾸는 것에 대한 불만과 낯선 것에 대한 불편함 같은 것이 배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우리 사회는 새로운 외국어를 접할 때에는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 마구 써 대면서도, 그것을 우리말로 다듬어 쓰자고 하면 촌스럽거나 무식해 보인다거나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거나 하는 따위의 이유를 들어 애써 쓰지 않으려는 이들이 많다. 특히 학력이 높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람들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처음에는 낯설거나 어색하게 여겨져서 다듬은 말을 쓰는 것을 주저할 수 있으나, 저마다 조금씩만 문제의식을 가지고 용기(?)를 내어 쓰기 시작한다면, 그런 낯섦이나 어색함은 금세 사라질 것이다. ‘누리꾼’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말터’에서는 ‘와이브로(WiBro)’를 이미 2005년 2월에 ‘휴대누리망’으로 다듬은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 이 말을 쓰고 있는 언론사는 거의 없다. 아마도 ‘휴대누리망’이 ‘와이브로’의 뜻을 온전히 담지도 못하였고,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말을 굳이 어색한 말로 바꿀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묻고 싶다. 이 글을 읽는이들 가운데 ‘와이브로’가 무엇의 약자인지 알고 있는 이가 몇이나 되는지 얼마나 될까? 그것을 모른다면 ‘와이브로’는 아기가 ‘바비부바’하며 옹알이하는 소리와 다를 바가 없다.
꼭 ‘휴대누리망’이 아니어도 좋다. 더 멋들어지게 다듬은 말이 있어 그 말이 사회적으로 약속되기만 한다면 그 말을 써도 좋다. 중요한 것은 외국어를 우리말로 다듬어 써 보려는 자세, 그리고 그렇게 다듬은 말을 당당하게 쓸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글쓴이는 ‘누리꾼’의 성공을 통해 아직 우리말에 희망이 있음을 보았다. 앞으로도 회원들의 높은 관심 속에서 더욱 멋진 다듬은 말이 만들어져서 우리말이 더욱 풍요로워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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