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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휘기픈나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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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http://news.joins.com/article/751/3818751.html?ctg=1100
필자 박태욱
지난달 말 타이베이를 처음 다녀왔다. 한낮은 여전히 에어컨 없이는 버티기 힘든 한여름 날씨였다. 여기저기 내걸린 ‘냉기(冷氣·렁치)개방’의 의미를 얼추 짐작할 순 있었지만, 렁치가 에어컨이리란 짐작을 확인한 건 일본 히타치 에어컨에서 냉기란 글자를 본 다음이었다. 중국에서는 에어컨이 공조(空調·콩탸오)로 불리는 터라 ‘아 이런 차이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느낌은 타이베이 인근의 역사도시 탄수이(淡水)를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에서 쓰이는 디톄(地鐵)가 아닌 제윈(捷運)으로 불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중국어를 쓰면서도 표기방식(번자냐 간자냐)뿐 아니라 흔히 쓰이는 단어에서도 남북한처럼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낀 건 새로운 발견이었다.

범위를 동아시아로 넓혀 보면 더 큰 차이가 있을 것은 당연하다. 독자적으로 진화해온 중국어 구어와 한·일 한자어 간의 차이는 말할 것도 없고, 조어법상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지 않은 단어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애인(愛人)이란 한자 단어가 중국에선 부인, 일본에선 정부(情夫·情婦)라는, 섞어 써서는 절대 안 될 차이를 갖는다. 장부(丈夫)라는 한자도 중국에서 쓰면 남편을 뜻하고, 일본에서는 주로 튼튼하고 견고하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런 차이는 넘쳐날 만큼 많다. 한국과 일본 간의 차이에 비해 한·일과 중국과의 차이는 아주 크고, 그래서 우리 발음·훈으로 한자를 배우는 것이 중국어를 배우는 데 무슨 보탬이 되느냐고 말하는 이들도 적잖다.

하지만 한자는 기본적으로 뜻글자다. 같은 한자를 다른 뜻으로, 같은 뜻의 단어를 다른 한자로 쓰는 수많은 예가 있지만, 한자 하나하나가 갖는 기본적 뜻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한자를 배운 세대가 한·중·일 3국을 서로 방문하면 왠지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것엔 발음은 몰라도 뜻은 어느 정도 새길 수 있는 한자의 특성이 끼친 영향이 결코 적지 않다.

지난 9일이 한글날이었다. 9년 전, 새천년을 맞아 꼭 전해져야 할 지난 천년간 우리 역사상 성취를 다룬 기사를 쓰면서 첫머리에 한글을 꼽았던 기억이 난다. 다시 생각해도 한글 자체가 갖는 과학성과 만든 이의 위대한 뜻, 무한한 가능성엔 경탄을 금할 수 없다. 하지만 한글 사랑과 한자교육은 결코 상호 배치되는 문제가 아니다. 외려 한자어가 대다수인 우리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새로운 조어(造語)의 가능성을 넓히기 위해서도, 나아가 새로운 시대를 여는 동북아의 공통분모로서 한자-중국어나 일본어 이전에-가 갖는 의미를 생각해서도, 한자교육은 더욱 강조되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박태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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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석(姜昶錫, Kang Chang Seok)

충북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연구실: 58동 103호, 043-261-2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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