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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휘기픈나모

칼럼
2008.02.09 23:31

한국의 인사말, 서양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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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한국에 왔을 때, 나는 한국어도 못했고 한국인의 습관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한국 친구들은 만날 때마다 "밥 먹었어?"라고 물었다. 그럼 나는 "응, 난 점심에 비빔밥 먹었어." 아니면 "아직 안 먹었어. 이제 먹으려고" 등등 상황에 맞게 일일이 대답 했다.

그런데 대답하면 친구들은 주제를 다른 이야기로 바로 돌렸다. 왜 더 이상 물어보지 않는지 궁금했지만 아마 내 한국어 발음이 어설퍼서 그런가 보다 했다.

■ 빈말 약속에 오해와 상처

하지만 오후 4시에도 밤 10시에도 항상 밥을 먹었냐고 물어봐서 한국 사람은 먹는 것을 참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싶었다. 그러나 매번 묻는 것이 이상해서 친구에게 직접 물어봤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이 표현은 단지 인사말이었고, 정말 밥을 먹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가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은 아니었다.

또 한국 친구들은 만나고 나서 헤어질 때 항상 "나중에 전화할게" 라는 말을 많이 한다. 나는 정말 친구의 전화를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며칠이 지나도 전화는 없었다.

혹시나 친구에게 나쁜 일이라도 생겼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된 마음으로 전화를 했는데, 친구는 아무렇지도 않게 아주 반가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게 아닌가.

나는 황당하고 화가 났지만 친구는 자기가 그런 말을 했던 것조차 몰랐었다. 이것도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다. 한국 사람에게 "전화할게"는 단지 인사라는 것을 말이다.

또 다른 에피소드는 외국에서 내 외국 친구와 한국 친구가 같이 만났을 때였다. 며칠 동안 같이 놀고 서로 많이 친해졌다. 헤어질 때 한국 친구는 외국 친구에게 꼭 한국에 놀러 오라고 했다.

외국 친구는 머뭇거리며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 친구는 왜 바로 온다고 안 하는지 서운해 하면서 "이 사람은 별로 한국에 오고 싶지 않는가 보다"라고 생각 했고 외국 친구는 "한국에 가보고 싶지만, 지금 내 스케줄을 잘 모르니 간다고 약속할 수 없지" 라고 생각해 서로 오해했던 적이 있다. 반대 입장이었다면, 한국 친구는 일단 "갈게" 라고 쉽게 얘기부터 해놓고 나중에 갈 수 있을지 없을지를 생각했을 것이다.

위의 에피소드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 사람과 외국 사람은 말과 약속에 대한 생각 차이가 크다. 한국 사람은 지나가는 말로 쉽게 "전화할게", "밥 한번 먹자"라고 얘기하지만, 외국 사람은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실행하기를 기대한다. 처음엔 나도 이 사실을 몰라서 오해도 많이 했고, 상처도 많이 받았었다.

■ 말과 약속의 중요성

지나가는 말이라도 외국에서 말로 한 약속은 계약한 것처럼 중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 된다는 느낌이 강하다. 한국 사람은 가볍게 말하거나 쉽게 약속할 때가 종종 있다. 또 한 번 약속한 것에 대해 아주 쉽게 바꿀 때가 많다. 예를 들어 7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10분전에 전화해서 취소하는 경우처럼 말이다.

서양 사람에게 말의 의미는 강하기 때문에, 서양에선 자기 입으로 얘기한 약속은 꼭 지켜야 하고 이것은 신뢰의 문제라고도 생각한다. 빈말로 약속하거나 말한 대로 행동하지 않는 사람은 굉장히 안 좋게 본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 사람과 어떤 것을 말할 때, 또는 약속할 때 말을 쉽게 또는 가볍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냥 친절하고 예의 바르게 하려는 의도로 말했더라도 상대방에게 오해와 상처를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하는 것이 좋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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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날을 참고 견디면 머지않아 기쁨의 날이 오리니


강창석(姜昶錫, Kang Chang Seok)

충북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연구실: 58동 103호, 043-261-2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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