陋見

찌아찌아족의 한글 사용 뉴스를 보며

by 강창석 on Sep 1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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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강창석
chiachia.jpg얼마 전 인도네시아의 한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이 자신들 언어를 한글로 표기하기로 결정했다는 뉴스가 나온 이후 여기저기서 그에 관한 말과 글들이 끊이지를 않는다. 기사에 의하면, 이미 한글로 된 교과서도 만들어지고 그걸로 학교에서 수업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로 자타가 인정하고 있고, 우리는 그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던 차에, 우리 말을 적기 위해서 만들어진 한글이 드디어 다른 언어의 표기에까지 영역을 넓히게 되었다는 소식이 나오자 많은 국민들이 기뻐하고 심지어 일부는 흥분까지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필자는 학교에서 한글(훈민정음)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므로 이번 뉴스는 그 어떤 것보다 관심을 끌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다. 이번 일을 직접 추진한 훈민정음 학회와 소속 학자들에게도 진심으로 노고를 치하하고 축하를 보낸다. 

그러나 신문기사만 보고 직접 현장을 가보거나 듣지를 못해서인지, 처음 뉴스를 접했을 때부터  들었던 몇 가지 궁금즘이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자면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찌아찌아족은 왜 지금까지 문자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신문기사 등을 보면, 찌아찌아족은 고유문자가 없어서 자신들의 말을 표기하지 못했다는 정도의 설명만 보인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자신들만의 문자를 가진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리고 고유문자가 없다고 해서 문자 사용을 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주변의 다른 문자를 가져다가 사용하면 되고, 대부분의 나라들이 실제로 그렇게 해왔다.  우리도 한글이 만들기 전에는 한자를 가져다가 우리말을 적었던 경험이 있다. 그런 점에서, 찌아찌아족이 지금까지 자신들의 말을 문자로 적지 못했다는 점이 사실이라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좀더 구체적인 보충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인도네시아의 공용 문자와 한글이 충돌 없이 공존할 수 있을까?
찌아찌아족은 인도네시아의 여러 소수 민족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찌아찌아족의 문자생활이나 교육에는 본인들의 판단과 함께 인도네시아 정부의 어문 정책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어문 정책이나 소수 민족 정책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이번 뉴스만을 놓고 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소수민족 특히 찌아찌아족에 대해 아예 관심이  없거나 아니면 완전히 자율권을 주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어느 나라의 정부이든, 특히 수많은 민족으로 이루어진 국가일수록, 국민 통합을 최우선적인 과제로 삼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국민 통합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단은 공용어와 공용문자를 정하고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국의 일부 구성원이 공용문자와는 완전 별개의 문자를 사용하는 것을 인도네시아 정부가 과연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셋째, 한글의 사용이 찌아찌아족에게 과연 최선인가?
문자를 사용하지 못하다가 사용하게 된 것은 분명히 찌아찌아족에겐 큰 발전이다. 그러나 그 문자가 한글이라는 점이 찌아찌아족에게 과연 최선의 것일까? 여기에는 두 가지 측면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언어와 문자의 효율적인 대응 즉 찌아찌아족의 언어를 적는 데 한글이 가장 적합한가 하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한글을 익히고 사용했을 때 찌아찌아족이 얻게 될 부수적인 효과의 문제이다. 필자는 한글이 앞의 문제에 대해서는 최고의 평가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뒤의 문제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로마자 등에 비해 유리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   한글을 사용하면서도 로마자와 한자를 함께 쓰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보면 자명해지는 사실이다.

넷째, 차용과 전파 그리고 보급과 수출  
이번 찌아찌아족의 한글 사용에 관한 각종 기사에서는 우리의 시선을 끄는 점이 여럿 보인다. 그 중의 하나가 '보급'이나 '수출'이라는 용어가 아무렇지 않게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문자의 경우, 차용이나 전파 등의 용어가 많이 사용되었다. 문자는 소유한 쪽에서 의도적으로 다른 쪽에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쪽에서 가져다쓰는 것(차용)이 일반적인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찌아찌아어의 경우는 수용한 쪽보다는 공급한 쪽의 노력과 의지가 훨씬 더 돋보인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보급'이나 '수출'과 같은 공급자의 관점에서 나온 용어가 등장했을 것이다. 필자는 이 새로운 시도와 현상의 공과와 성패에 대해 아직 속단할 수 없다. 다만, 찌아찌아족에 문자를 보급할 의무와 권리를 가졌다고 볼 수 있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우리쪽의 주도적인 공급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를 이제 차분하게 생각해볼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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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석(姜昶錫, Kang Chang Seok)

충북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연구실: 58동 103호, 043-261-2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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