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론] 한글 나눔의 진정한 의미

by 강창석 on Oct 2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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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http://news.joins.com/article/aid/2009/10/19/3511107.html
필자 김주원
pho_2009101901290010001010-001.jpg인도네시아가 우리와 부쩍 가까워졌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인구 4위의 대국이며 오랜 문화 전통과 풍부한 천연자원을 가진 국가다. 이제는 관광 휴양지 발리뿐만 아니라 스스럼없이 바우바우시, 찌아찌아족을 쉽게 떠올리게 되었다. 최근의 대지진 참사를 우리의 아픔처럼 느끼게 되었으니 이 정도만 해도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훈민정음학회의 한글 나눔 사업이 알려진 후 학회는 여러 언론매체의 후속 보도 상황을 노심초사하면서 주시해 왔다. 무엇보다도 걱정이 앞서는 것은 한글 나눔의 의미가 잘못 이해되어 문화 침투로나 여겨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영문 알파벳, 즉 로마자는 비교적 보편성을 지닌 인류의 문자이므로 글자 없는 민족이 로마자를 그들의 표기로 채택했다는 사실은 전혀 뉴스거리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한민족의 독특한 문화를 담고 있는 한글이 다른 민족에게 채택되었다는 것은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그런 만큼 만만치 않은 장애물들이 도처에서 나타날 것이고,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글 나눔 사업은 뿌리 깊은 나무로 튼튼히 성장하게 될 것이다.

학회에서는 한글 나눔의 진정한 의미를 모든 이들과 공유하기를 바란다. 한글 나눔은 ‘한글 세계화’가 아니며 더구나 ‘한국어 세계화’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임을 이해해 주기를 희망한다. 우선 한글과 한국어의 차이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한글은 말을 적는 도구에 불과하다. 한글로 찌아찌아족의 말을 표기한다는 것의 의미는 찌아찌아족의 말이 지금보다 더 활발하게 쓰이도록 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한글이 사용된다는 뜻이다. 한글을 통해서 절멸 위기에 처한 언어를 구해낸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앞다투어 벌이고 있는 ‘절멸 위기 언어의 문서화’ 작업의 일환이다. 따라서 한글 나눔을 한글 보급의 관점에서 볼 것이 아니라, 한글로써 인류의 언어·문화 다양성 보존에 이바지한다는 보다 넓은 시각에서 이해돼야 한다.

우리가 흔히 들어왔듯이 한글이 모든 소리를 표기할 수 있는 만능 글자라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일례로 자음 글자가 풍부하다는 한글로써도 영어의 f, v, z를 표기할 수 없으며, 영어의 어두 유성음 b, d, g도 표기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한글만의 약점이 아니며 일반적으로 한 언어의 표기 문자로 쓰이던 글자를 다른 언어에 적용할 때는 변용이 필요하므로 크게 문제 삼을 것은 아니다. 다만 한글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한 한글 쇼비니즘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한글 만능주의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최근 훈민정음학회에는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예로부터 정이 많으며 이웃과 상부상조하면서 살아온 전통으로 인해, 새로운 이웃이 된 찌아찌아족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연락이 쇄도하고 있는 것이다. 학용품·컴퓨터 등 물품을 기증하겠다거나, 봉사 단체를 파견하여 학회의 사업을 돕고 싶다거나 하는 내용들이다. 훈민정음학회는 학술 단체이며 연구 기관이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는 예상치 못한 것이어서 당혹감마저 느끼게 된다. 그러나 온정에서 우러나온 그 마음씨를 어떻게든 전달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한국 측의 창구를 일원화하고 인도네시아 측의 창구도 단일화하여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배분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학회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찌아찌아족에게 관심이 너무 집중되어 이웃 민족의 시기와 질투를 받고 불화가 생겨 결과적으로 (인도네시아) 국민 통합을 저해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한글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허용해준 바우바우시와 인도네시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신중하고 진지한 태도로 지켜보고 조용히 후원해 주길 희망한다.

김주원(서울대학교 언어학과 교수·훈민정음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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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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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석(姜昶錫, Kang Chang Seok)

충북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연구실: 58동 103호, 043-261-2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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