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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휘기픈나모

陋見
2006.10.15 22:50

'선생'과 '교수'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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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강창석
myeongja.jpg1985년 쯤에 ‘교수’와 ‘선생’이라는 호칭의 차이에 대해서 짤막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때는 개인용 컴퓨터가 없을 때여서 원고지에 글을 썼고, 그 원고를 학교 신문사에 보내서 지금은 내 자신도 그때 쓴 글의 원문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그 글을 쓰게 된 동기는 대략 이런 것이었다.

1985년에 처음 대학에 부임을 했는데, 그 곳에서 만난 학생들이 나를 보면 “교수님, 반갑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반갑게 하는 인사가 왠지 모르게 나에게는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왜 그런 인사가 어색하게 느껴지는지 생각을 해보게 되었고, 나름대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게 되어, 그것을 글로 써서 학교 신문에 발표까지 하게 되었다.

1.  
‘교수’와 ‘선생’은 모두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신분을 뜻하는 말이지만 의미는 조금 다르다. 교수는 절대적인 신분이지만 스승이라는 의미의 선생은 상대적인 신분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교수는 누구 앞에서든 변하지 않는 신분이지만, 선생은 오직 학생(제자)에 대해서만 성립되는 신분인 것이다.

우리말의 호칭법 특히 밀접한 관계의 윗사람일 경우에는 절대적인 신분이 아니라 상대적인 신분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예컨대, 아버지가 교수라고 하더라도 자식은 아버지라고 불러야지 교수나 선생이라고 부르면 안된다. 만약 자식이 아버지를 교수라고 부르면 그것은 부자 관계의 절연 즉 아버지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는 무시무시한 의미가 되어버리고 만다.

마찬가지로 학생이 자신의 스승을 선생이라고 부르지 않고 교수라고 칭하는 것은,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사제 관계를 부정하는 것이다. 물론, 제자가 아닌 교직원이나 일반인은 선생보다 교수라고 호칭하는 것이 당연히 옳다.

'교수'라는 호칭의 의미를 잘 모르고 사용하는 학생들도 이 호칭이 어쩐지 '선생'에 비해 친근감이 덜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고 당연한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아버지나 형 그리고 선생 등은 본래 의미가 밀접한 관계를 뜻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즉 아무런 관계가 없던 사람도 형제처럼 가까워지면 呼兄呼弟하게 되고, 그것을 통해 가까운 관계임을 서로 확인하는 것이다.      

2.  
‘반갑습니다’ 라는 말도 첫 인사로는 어색하다. 이 말이 ‘안녕하세요’ 라는 보통 인사와 다른 점은 질문형이 아니라 서술형이라는 점이다. 우리말의 첫 인사는 “진지 드셨어요?“ 처럼  대개가 묻는 형식이다.

첫 인사가 의문형 즉 묻는 형식이라는 것은 상대방의 답변을 기대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러므로 인사를 받은 사람은 자연스럽게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화답할 수가 있다. 내가 학생들로부터 ‘반갑습니다’라는 인사를 받고 당황했던 것은 답을 해야 할지 그리고 답을 한다면 무어라고 해야 할지 얼른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서양의 인사는 ‘굿 모닝’에서 보듯이 우리와 다르게 서술형이다. 그것은 서양인들의 사고방식이 우리와 다름을 의미한다. ‘반갑습니다’나 ‘좋은 아침’ 같은 인사는 서양 인사를 모방하여 생겨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와 서양의 의식구조가 같아지지 않는 이상 서양식 인사는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교수님, 반갑습니다” 라는 인사에는 ‘당신은 나와 특별한 관계가 아니다’ ‘아는 체는 하지만 대화를 나누고 싶지는 않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셈이다. 물론, 학생들이 정말로 그런 의도로 인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논리적으로 분석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1985년에 처음 썼던 글도 논지는 대략 이와 비슷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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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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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석(姜昶錫, Kang Chang Seok)

충북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연구실: 58동 103호, 043-261-2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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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벨:1]우양일 2011.09.27 06:10(*.115.162.210)

    스승님의 글로부터 중·한 양국 간의 생생한 문화적 차이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중국의 경우 한국과는 달리 선생(老師)이 절대적인 신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글을 가르치는 모든 분들에게 배운 적이 있건 없건 막론하고 선생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입니다. 오히려 교수(教授)는 강사, 조교수, 부교수 등의 과정을 거쳐야만 취득 할 수 있는 자격으로서 일종의 신분의 상징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부교수급까지의 선생님에 대해선 선생님이라고 불러야지 교수님이라고 불러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교수님"은 일종 신분의 상징으로 엄격히 선생님과 구분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완전히 다르죠?^^

    근데요. 한국에서 쓰이고 있는 '선생'은 혹시 일본어 '先生'에서 유해한 것이 아닐까요? 일본어에서의 선생(先生)은 글을 가르치는 교직원이나 의사선생님들을 높여서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의미에서 보면 일본어의 선생도 절대적인 신분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만약 어원이 정말 일본어에서 온 것이라면, 혹시 한국에서 서양식의 '교수'라는 절대적인 호칭이 도입함에 따라 흔히 쓰이던 '선생'을 자연스럽게 상대적인 신분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게 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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