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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화법

깊이 들지 못하는 노루잠 / 눈치 보며 몰래 자는 도독잠

by 강창석 on Mar 0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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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news.korean.go.kr/online/now/funh...jsp?idx=65

65_title.jpg 사람이 하루에 여덟 시간을 잔다고 하면, 하루의 3분의 1을 자는 데 보내게 됩니다. 그만큼 사람의 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잠을 가리키는 말도 다양합니다.

 

동물의 잠자는 습성, 사물의 모양을 빗댄 표현들

 

잠자리가 불편하면 아무래도 잠이 깊이 들지 못하고 선잠을 잘 때가 많습니다. 이처럼 자주 깨거나 설치는 잠을 가리키는 말에는 유난히 동물의 잠자는 습성을 빗댄 것이 많습니다. '개잠, 괭이잠, 노루잠, 벼룩잠, 토끼잠' 등이 그 예인데 하나같이 무슨 소리만 났다 하면 자다가도 퍼뜩 일어나 도망칠 것 같은 동물들입니다.

 

 

내가 올라가고 나면 할머니는 자정쯤에 깨어 뜬눈으로 몇 시간 지새우다가 설핏 개잠 한숨 더 자고 이른 새벽에 일어날 것이다.

  한창훈, <나는 세상 끝을 산다>

용케 잠이 들어도 노루잠이 되어 곧 눈이 뜨이곤 하였다. 김정한, <항진기>

성녀는 푹 잠이 들까 보아 제 손으로 허벅다리를 꼬집어 뜯으며 토끼잠을 자야만 하였다. 변희근, <빨간 댕기>

 

 

이 밖에도 깊이 들지 않은 잠을 가리키는 말로는 '겉잠, 여윈잠, 수잠, 사로잠, 뜬잠, 풋잠' 등이 있습니다.

 '그루잠, 두벌잠, 개잠改잠'은 깨었다가 다시 드는 잠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밤새 대여섯 번씩 깨는 갓난쟁이 수발드느라 새벽녘에야 풋잠 조금 들었다가는 부스스한 몰골로 일어나…. 박정애, <천사의 도시>

그날 나는 민구의 휘파람 소리가 사라지자마자 다시 그루잠을 청했지만 결국 깨어 일어났다. 최윤, <전쟁들>

 

 이렇게 선잠을 자고 나면 낮에 잠시 '쪽잠'이라도 자야 그나마 피곤함을 덜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잠시 자는 잠을 가리키는 말로는 쪽잠 말고도 '아시잠, 초벌잠, 어뜩잠, 한잠' 등이 있습니다.

특히, 눈치 보면서 몰래 자는 잠은 '도둑잠' 또는 '도적잠'이라고 합니다.

 

밤에는 바람소리, 쥐 부스럭대는 소리에도 놀라 한잠을 못 잤다. 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한 사람이라도 더 있어야 어떻게 교대해 가면서 도둑잠이라도 잘 수 있을 텐데. 최창학, <창>

 

 쪽잠이나마 누워서 잘 형편이면 그나마 낫습니다.

실상은 누울 형편이 되지 못하여 '앉은잠'을 자거나 '꾸벅잠'을 자는 일이 훨씬 많습니다.

앉은잠 중에서도 '고주박잠'은 등을 구부리고 앉아서 자는 잠을 가리키고, '말뚝잠'은 꼿꼿이 앉은 채로 자는 잠을 가리킵니다.

 

미명이 걷힐 무렵에야 얼핏 말뚝잠을 자고 있던 웅보는, 새끼내 대밭머리 쪽에서 창자를 끊는 듯한 여자의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섰다. 문순태, <타오르는 강>

너무 피곤하여 잠을 주체할 수 없을 때에는 아무 데라도 쓰러져 '멍석잠'을 자기도 하고, 옷을 입은 채 아무것도 덮지 않고 아무 데서나 쓰러져 '등걸잠'을 자기도 합니다. 오늘 아침은 배창자가 주린 것도 아닌데 나는 졸음에 겨워 등걸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김원일, <노을>

 

 잠버릇 중에 가장 흔한 것이 이리저리 굴러다니거나 뒤척이면서 자는 버릇일 텐데, 이러저리 굴러다니면서 자는 잠을 '돌꼇잠'¹이라 하고, 갈개치면서 뒤척이는 잠을 '갈개잠'이라 합니다. (¹돌꼇: 실을 감거나 푸는 데 쓰는 기구. 굴대의 꼭대기에 '+'자 모양의 나무를 대고 그 끝에 짧은 기둥을 박아 만드는데, 굴대가 돌아감에 따라 이 기둥에 실이 감기거나 풀린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에 따라서도 다양한 표현이 있습니다.

저녁에 일찍 자는 잠을 '일잠'이라 하고, 아침 늦게까지 자는 잠을 '아침잠'이라 하고, 새벽에 깊이 자는 잠을 '새벽잠'이라 합니다.

봄날에 노곤하게 자는 잠을 가리키는 말로 '봄잠'이 있는 것을 보면 '춘곤증'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습니다.

 

휴일에만 허락되는 늦은 아침잠에서 나는 수 분 전에야 눈을 뜬 참이었다. 한강, <내 여자의 열매>

아이들은 곤한 새벽잠 기운에 겁 없이 이불을 차 낸다. 최명희, <혼불>

 

 지금까지 설명한 잠들은 모두 어찌 됐건 진짜 졸려서 자는 '참잠'이었습니다.

그런데 잠에는 거짓으로 자는 체하는 '꾀잠, 헛잠'도 있습니다.

 

검홍이는 건넌방 윗간에서 헛잠을 자고 드러누워서 소리 없는 눈물이 베개에 젖었으니……. 김교제, <치악산>

 

끝으로, 막 곤하게 든 잠을 '첫잠'이라 하고 잘 만큼 잔 후에 또 자는 잠을 '덧잠'이라 합니다.

요즘같이 추울 때면 덧잠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어차피 풋잠밖에 되지 않을 잠자리일랑 박차고 일어나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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