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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휘기픈나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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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에게 어떤 한국문학작품을 선물로 드릴까?

-정체불명의 조선족 남자들을 중심으로-

 


 

 

 

. 서론

 

요즘 선생님께서 '외국인에게 한국 고전문학작품을 하나 선택하여 선물로 드린다면 어떤 것이 좋을까?'라는 과제를 내주셨는데, 순간 바로 <춘향전>이 생각났다. 원인은 간단하다. 근데 순수 한국인이나 순수 중국인일 경우에는 잘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조선족 학생으로서 항상 한국에서는 중국인이요 중국에서는 소수민족의 대우를 받게 되는데, 이러한 것들은 다수(보편)민족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정서일지도 모른다. 중국의 동북쪽에서 태여난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쯤 만화책으로 <춘향전>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지금생각해보면 나에게는 그것이 참 소중한 추억으로 되어 버렸다. 철부지 없는 나이였지만 조선족 어린이로써 한글로 되어있는 만화책을 읽는다는 것은 자기 민족에 대한 근원적인 호기심뿐만 아니라 민족의 문학을 배운다는 소박한 자부심으로 무척 행복했던 것이다.

자기 민족의 문화와 정체성 파악에 푹 파져 있는 나는 중국에서 대학교를 마친 후에 계속 한국에 와서 공부하고 있다. 말하자니 쑥스러워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마누라도 직장도 다 버린 채 말이다. 그래도 나름대로 학문에 대한 애착감과 민족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아직까지도 이기적으로 공부만하고 있다. 춘향전의 문학적 중량감은 솔직히 구운몽에 미치지 못한다고 수업이나 여러 선생님들로부터 많이 배워왔지만, 사실 구운몽의 환상적인 또한 불교적인 소설보다 춘향전이 나에게 더욱 쉽게 받아드려졌다. 게다가 가끔 지금의 나의 모습 그대로가 소설의 세계와 같이 움직인다는 느낌도 받을 때있다.

이몽룡과 춘향사이의 사랑은 양반과 기생이라는 완전 다른 세상의 두 계층의 결합이었다면, 현재의 나로서는 이러한 대목을 생각할 때마다 묘한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우리 집사람은 중국인이요 나는 중국인도 한국인도 아닌 조선족이기 때문이다. 우리사이에는 문화적인 측면일 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등 모든 부분에서 완전 다른 세상에 사는 두 사람이었다. 완전 외계인과 지구촌놈의 결합체인 것처럼 말이다. 쑥스럽지만 우리의 사랑은 춘향과 이몽룡의 계급을 초월하는 사랑과 비슷한 대목이 아닐까한다.

그리고 춘향전에는 특권계급의 전횡을 대표하는 변학도라는 나쁜 자식이 행패를 부리며 춘향을 못살게 구는 장면이 나왔다면, 나는 고위 관직의 아들놈에게 하마터면 그땐 여자친구였던 와이프를 빼앗길 뻔하였다. 다행이 와이프가 나에 대한 절개를 지키며 부모님(현재는 장인, 장모지만)의 굳쎈 반대임에도 불구하고 끝내 나랑 결혼하게 되었다.

굳이 <춘향전>과 다소 다른 부분을 찾자면 이몽룡은 원래 양반집의 도령님이었다면 나는 그냥 일명 촌놈이라는 것이다. 이몽룡은 마지막에 영웅처럼 암행어사로 멋있게 나타나 악당을 물리치고 로맨틱하게 춘향을 구해냈다면, 난 아직까지 제대로 된 프로포즈 하나도 와이프에게 해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굳이 한국문학을 대표할만한 걸작임에도 불구하고 춘향전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 이도령과 춘향이 고생 끝에 마침내 결혼등기하고 평생행복하게 살았다고 어렸을 적에 본 만화판에 대한 불만이겠다. <춘향전>에서는 항상 만화나 민담의 줄거리와 같이 '왕자와 공주는 그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렇게 나오는데, 결국 고생 끝에 여자 친구랑 막상 결혼해보니 참 완전 딴 세상이었던 것이다. 공주가 갑자기 어딘가로 살아지고 난데없는 이상한 아줌마가 나의 곁에 나타나 항상 구박하고 못살게 구는 것이었다. 결혼해보니 알겠던데 만화나 소설에서 나오는 '왕자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이러한 대목들은 죄다 거짓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절대 오해하지 말라! 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결혼한 지 벌써 7년이 되었지만 행복한 순간들이 상당히 많았다. 예를 들면 매년 나의 생일날. 나중에 울 엄마가 가르쳐 주셔서 영적인 깨달음을 얻게 되었는데, 주요입지를 정리하자면 이러하다. "한 남자의 제일 큰 행복은 어디서 오는지 아니? 정답은 그 남자의 마누라가 오로지 너만 못살게 구는데서 온다."그래서 요즘 난 정말 매일매일 행복하게 살아 온 것 같다.

 

 

. <춘향전>의 조선족 남성들에 대한 교육적 가치

 

문학은 가치 있는 경험을 언어로서 표현한 예술이다. 문학은 인간의 본성에 바탕을 두고 인간에게 심미적인 쾌감과 교훈을 주며,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삶을 더욱 인간답고 올바르며 풍요하게 하는데 이바지 하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민족문화를 통해 특히 고전문학은 문학이라는 고유의 존재론적 가치를 전달하는 것 외에 문화 및 우리 한민족 선인들의 지혜와 가치관을 배우게 하며 민족적 정서와 사상을 이어받아 민족 문화의 전통을 계승하게 도와준다.

본문에서 선정한 <춘향전>은 고전소설 작품 중에서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실사회에도 큰 교훈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춘향과 이도령의 사랑에는 신분적 차별 위에 구축된 봉건적 현실에 대한 부정이 전제되어 있다. 천민신분인 기생도 양반자제와 인격적으로 대등하게 사랑을 나눌 수 있음을 제기한 것은 곧 현실에 있어 존재하는 신분관계를 부정한 것이다. 양반과 천민 사이에는 넓고 깊은 신분의 강물이 가로막고 있었다. 그것은 천민으로서는 아무리 허둥지둥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장벽이었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원래 신분의 차별과 천민에 대한 학대가 심할수록 그 장벽을 뛰어넘고자 하는 야심이 커지는 법인데, 이건 항상 다른 사람들의 마누라가 더 예쁘게 보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처럼 신분적 현실의 부정과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권리의 실천으로서 춘향의 이 도령에 대한 사랑은 성립되고 있기에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춘향은 당시 민중층이나 평민층을 대표하며, 이도령은 양반층 내부의 양심적인 부분을, 변학도는 다시 그 내부에 있어 반민중적인 부패한 부분을 전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러므로 이것은 민중과 양심적 양반이 손을 잡고, 부패하고 민중수탈적인 부분을 제거한다는 것인데 이는 봉건적 현실을 개조하고 자신의 사회경제적 처지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당대 민중의 정치적 이상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춘향전>에서의 줄거리와 내용은 현재의 조선족 친구들에게 아주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아무리 현실이 자유화되고 개방되었다고 해도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항상 계층과 계급이 존재하기 때문에 평민층도, 양반층(부유층), 악당층도 대표하지 못하는 우리는 사실 기생출신인 춘향보다 더욱 무시당한다는 것을 잊지말아야한다. 더욱이 춘향과 같이 평민층을 대표하는 유식한 조선족 여성들은 대부분 이도령과 같은 양심이 있는 양반층 즉 괜찮은 한국 남자들에게 시집가거나 혹은 중국의 고위관진에 있는 부자집 아들에게 시집가는 법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여성들을 탐내서는 또한 절대 아니된다. 소설 따위에서 양반집 규수들이 궁지에 빠진 선비들과 사랑에 빠지는 장면도 있지 않느냐고 반박할 지도 모르겠지만, 한 가지만 꼭 기억해두어야 한다. 그 선비들은 나중에 보통 장원급제하거나 대박나서 큰 부자로 반전하여 돌아온 다는 것을. 다시 말하자면 춘향보다 더욱 비천한 우리의 입장에서는 현대식의 장원급제 즉 박사학위를 따고 일명 교수로 된다거나, 또는 열심히 돈을 벌어 부자가 되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근데 문제는 정말 박사까지 졸업하여 어여쁜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한 조선족 친구를 볼 때마다 불쌍하기 짝이 없다. 매일 와이프의 옷을 빨아주며, 안에서는 집안 청소, 밥짓기 등을 하고, 밖에서는 열심히 돈을 벌면서 가정을 이끌고 있다. 그 친구가 하는 말이 그러했다. "와이프가 애당초 한국남자한테 시집갔을 거 그랬다는 소리가 정말 듣기 싫어서 더욱 따뜻하게 대해 주고 있을 뿐이야. 그리구 장인장모가 언젠가 '그봐라, 하필이면 조선족사람에게 시집가서 그렇게 개고생하고 있지 않느냐'고 우리 와이프에게 뭐라고 할까봐 두렵다. 그래서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자식까지 있는데 아무리 힘들어도 와이프에게 속내를 밝히지 못한다. 매일 집에 돌아갈 때마다 발길이 무겁구나 ......" 암튼 친구 얘기는 대충 이러하였다. 참 같은 조선족 친구로서 가슴이 아팠다. 우리에게도 행복한 순간이 있기는 하지만 주변인의 칼칼한 시선 때문에 한순간도 마음을 편히 하지 못하고 있다. 왜냐? 우리는 조선족 남자들이니까.

 

 

. 결론

 

마지막으로 결론를 짓자니 웬지 가슴이 찜찜하다. 우리는 중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조선족이다. 항상 중국인도 한국인도 북조선(솔직히 북한이라고 강요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사람도 아닌 존재이다. 비참하지만 어디에 가든지 우리는 항상 외국인이다. 동양인들은 외국인하면 항상 노랑머리에 파란 눈동자를 하고 다니는 사람들만 생각하지 우리와 같은 존재는 생각해 주지 않는다. 가끔 생각해 준다고 해도 불쌍한 눈길로 바라보거나 같은 민족이라는 것이 쪽팔린다는 꾸중부터 시작하기 나름이다.

암튼 이러한 것들로 인하여 나는 <춘향전>을 다른 나와 같은 조선족 남학생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다. 책을 선물하면서 이런 말을 전하고 싶다. "고전소설이라는 건 대개 그 만들어진 시기에 작가들이 자기가 이루지 못한 것들을 소설 따위를 통해서 자위하는 행위일 뿐이다. 그게 많은 사람들에 의해 전해지고 시간이 지나다보면 경전이 되고 더 오랜 시기를 거치게 되면 고전이 되는 법이야."

 


참고문헌:

최운식 외(1988), 문학교육론, 집문당, p.16.

황패강(1991), 춘향전 연구: 춘향전의 종합적 고찰, 아세아문화사, pp.191-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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河水欲清,砂石滅之

人性欲平,嗜欲害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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